(서울=연합인포맥스) ○.. '사장님'이 아니라 '대표님'이라고 불리는 증권업계 수장들이 있다.

사장이라 부를 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사장이 아니기 때문.

상법 395조에 따르면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선출하는 직책으로 등기 임원이라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에 관계없이 등기임원이면 가능하다.

이를 근거로 일부 증권업계 대표들은 사장이 아닌 직위로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있다.

서재형 대신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서재형 대표는 2000~2008년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주식운용본부장으로 근무하며 이름을 날렸다. 미래에셋운용에서는 전무 직위로 사직, 창의투자자문을 세우고 2013년 대신자산운용에 둥지를 틀었다.

사장 아닌 대표이사들은 대기업 계열사에서 더 눈에 띈다. 이는 그룹 내 계열사의 상대적인 지위가 대표이사 직위에도 반영되기 때문이다.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는 그룹 내 부사장이다.

구 대표는 지난 28년간 삼성생명에 몸을 담았다가 최근 삼성자산운용으로 거처를 옮겼다.

한화그룹 계열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강신우 한화자산운용 대표도 그룹 내 직위는 부사장이고,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도 부사장이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하이자산운용의 이정철 대표는 그룹 전무급이다. 베어링자산운용, BNP파리바자산운용 홍콩지사를 거쳐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과 칸서스자산운용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다. 이후 미래에셋투자신탁 대표이사 부사장, 우리CS자산운용 대표이사로 2010년까지 근무했다.

때로는 사장보다 서열이 높은 경우도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유진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는 유창수 대표이사는 유진그룹의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유 부회장은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대표이사와 사장이라는 단어가 콤비로 오다 보니 유창수 부회장은 대표라고 불리지 않는다. 유진투자증권 안팎에서 그를 부르는 명칭은 부회장님. 대표님이라는 호칭은 쓰는 일이 없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직위는 사장이 아니지만 사장 없는 회사가 어딨겠는가"며 "대표이사의 책무는 사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대표이사는 사장으로서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증권부 김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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