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지난해 고객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신용카드업계 2위 자리를 굳힌 삼성카드가 경쟁사들의 영업 정상화로 시장점유율 정체 국면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에 따르면 삼성카드의 개인·법인 포함 신용판매 점유율은 작년 1분기 15.9%에서 2분기 16.5%로 급등한 데 이어 3분기에도 16.8%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법인을 제외한 개인 신용판매 점유율 역시 지난해 1분기 15.3%에서 2분기 15.4%, 3분기 15.6%로 상승했다.

그 결과 작년 1분기에 3.6%포인트였던 3위 현대카드와의 개인·법인 포함 신용판매 점유율 격차는 3분기엔 4.8%포인트로 벌어졌다. 현대카드와의 개인 신용판매 점유율 격차 역시 작년 1분기 1.1%포인트에서 1.7%포인트로 확대됐다.

이처럼 삼성카드가 카드사의 본업인 신용판매 시장에서 약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객정보 유출 사태로 경쟁사들이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삼성카드가 신상품 출시와 계열사 관계영업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장내 입지 확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최치훈 전 사장의 외연 확대 기조가 원기찬 사장 취임 후에도 이어진 점도 입지 강화의 발판이 됐다.

그러나 삼성카드의 점유율이 작년 4분기 들어 정체 또는 소폭 하락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분석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경쟁사들이 고객정보 유출 사태의 파고를 딛고 영업을 정상화하면서 삼성카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카드시장에서 단 한 번도 1위를 해 본 적이 없는 삼성의 한계가 다시 한번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3분기 기준으로 업계 1위인 신한카드와 개인·법인 포함 신용판매 점유율은 2.6%포인트, 개인 신용판매 점유율은 7.0%의 격차로 뒤지는 상황에서 또다시 위로 치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2위권 경쟁사들에 발목을 잡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삼성이라는 국내 최고 브랜드를 가진 카드사가 업계 1위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카드업 특성상 기업계 카드사가 가지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계열 은행이 없는 삼성카드가 회원유치, 카드 이용실적 관리, 여신 서비스 제공 등에서 은행과의 유기적 협조 체제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삼성카드는 현대카드의 자동차, 롯데카드의 유통과 같은 캡티브시장을 갖고 있지도 못하다.

3조4천45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잉여자금의 활용처를 찾지 못하는 등 신규 사업 발굴이나 투자처 확보 작업도 미진하다.

업계 관계자는 "원기찬 삼성카드이 전임 최치훈 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해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끌어올지만 이젠 한계에 봉착한 듯한 느낌"이라며 "삼성카드가 만년 2위 이미지를 벗어내려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전략이 필요하지만 묘수를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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