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경환 경제팀은 불균형 해소를 위해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 스웨덴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Gunnar Myrdal·사진·1898~1987)에 대해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주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인구구조는 급속하게 바뀌는데 과거의 틀에 갇혀 있다면 저출산 고령화가 몰고 올 충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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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나르 뮈르달은 스웨덴 출신의 경제학자로 7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석학이다. 특히 빈곤이 빈곤을 낳는다는 이른바 '누적과정((Cumulative Process) 이론'을 바탕으로국가가 경제 사회적 문제 등에 개입해야 한다는 이론적 틀을 제공했다. 북유럽의 복지모형도 뮈르달의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완성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누적 과정이란 시장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자기 보정 장치가 없어 불균형이 더 심한 불균형을 촉발한다는 개념이다.

우리나라도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산층이 빠른 속도로 몰락하면서 가진자들만제동장치가 고장난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하는 등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계층 상승의 사다리인 교육부문은 당장이라도 뮈르달식 해법을 고민해야 할 지경이다.

최근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논문‘경제성장과 교육의 공정경쟁’을 통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서울대학교에 합격한 서울지역 출신 학생 중 강남구 학생이 강북구 학생에 비해 20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는 학생 100명당 합격자가 2.1명에 달했고 강북구는 0.1명에 불과했다. 강남구와 함께 강남3구로 불리는 서초구와 송파구는 각각1.5명, 0.8명에 달했다. 구로구와 금천구의 합격자는 각 0.2명으로 강북구와 함께 하위 1~3위에 머물렀다.

이 같은 현상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 심화되는 한편 고착화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쉽게 말해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가 아니라는 의미다. 부자 부모를 가진 학생만 좋은 교육기회를 제공받아 사회 진출에도 유리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등 공정 경쟁의 대전제가 훼손되고 있다.









군나르 뮈르달의 주장에 귀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뮈르달은 정부가 공공서비스 제공 확대를 통해 고용을 극대화시키고 교육여건의 개선을 통해 보편적 복지혜택의 확대까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스웨덴 모형을 통해 보여줬다.

뮈르달의 충고를 받아들인 스웨덴 등 북구 유럽은 전체 일자리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5.6%에 불과하다. 전체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공공부문 고용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5%에 이른다. 유효수요 부족에 따른 디플레이션으로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고통을 겪은 일본만6%대에 그치고 있다.<인포맥스가 2014년 10월13일 보도한 '최경환부총리가 챙겨야할 차트' 참조>

인구대비 정부 및 공공부문 인력규모도 일본은 전체 인구의 3.5%에 불과하지만 영국은 7.9%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프랑스 7.8%와 미국 7.0%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독일도 5.5%에 이르는 공공부문인력이 전체 노동시장에서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인구대비 정부인력 및 공공부문 규모가 2.8%에 그쳐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인구절벽 해결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면 우리나라도청년들의 일자리를 공공부문에서 좀 더 과감하게 늘려야 한다. 필요하면 세금이라도 더 걷어야 한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가져야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을 게 아닌가. 뮈르달은 필요하다면 증세를 해서라도 시장 자본주의 폐해를 보정하라고 지적하고 있다. 바로 지금, 우리나라가 고민하고 있는 화두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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