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치인의 '성장과 증세 없는 복지', 사금융기관의 '초고수익률 보장', 이 둘의 공통점은?

둘 다 '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나가 이런 광고에 언제나 '솔깃' 하다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 없다'가 경제 원리지만, 공짜 점심을 준다면 '뭘 이런 걸 다'라며 굳이 거절하지 않는다. 공짜는 설사 겉으로 무료처럼 보이더라도 결국은 누군가가 뒤에서 나 몰래 비용을 치른 것인데도 말이다.

경제의 저성장이 굳어질 조짐을 보이자, 정치인들이 증세 없는 복지가 어렵다며 '복지 구조조정'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돈이 있어야 복지를 한다는 얘기는 백번 지당한 말이지만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와 부가세 등을 인상하면 과연 기업을 비롯한 국민 이해 당사자들이 순순히 응할까. 한편, 반대로 복지 재원 마련이 어렵다고 한번 제공했던 복지를 뺏을 수 있을까.

애덤 스미스는 인간을 '이기적인 동물'이라고 정의했다. 이 이기심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지만, 동시에 이미 구축된 질서와 '판'을 바꾸려면 각 집단의 '이기심'이 비례해서 반발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보통 공동체의 대의에 대해서는 동의하다가도 정작 자기 이해관계에 부딪히면 얼굴빛이 달라진다.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것은 애덤 스미스가 통찰했던 '이기심'이라는 유전자가 인간 본성에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증세를 꺼내 들지도 않았고 연말정산과 건보료 논란 정도로 만으로도 이토록 반응이 격렬해지는 것을 지켜보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변화' 또는 '개혁'이 언제나 '혁명'보다 어렵다는 점을 느끼게 해준다.

현대의 성공적인 개혁 사례를 살펴보면 의지를 갖춘 정치 지도자와 함께 각층의 이기심을 다룰 정교하고 전략을 가진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세제 개혁같은 치열한 판에서는 이해당사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주고 받기식 협상을 추진해 법과 제도를 개정하기 위한 밑 작업이 필수적이다. 백날 소통 강화니 공론화를 얘기해봤자 막판에 가서는 소용이 없다. 성공 여부는 손해 보는 이해관계자를 끌어들여 '어떻게' 주고받으며 설득하고 협상하느냐, 각 현안마다 이것의 선후 순서와 절차를 잘 챙기는 일에 달려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정치인의 포퓰리즘 때문에 해마다 복지 수준을 높이지 않을 수 없고, 항상 갈등과 문제는 불평등이 수반되는 자본주의 경제가 저성장에 접어들 때에 터지게 돼 있다.

하지만 현재의 불신받는 정치적 리더십으로는 ▲성장을 끌어올리든지 ▲ 복지를 줄이든지 ▲ 세금을 올리든지, 어느 것이든 선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표와 재선에 목숨 거는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말을 바꿀 공산이 높으며, 이해당사자들의 표가 무서워서 현재의 조세정책의 근간을 과감하게 틀 것 같지가 않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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