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주가는 한 국가의 총체적인 상황을 반영한다. 경제상태와 기업의 건전성, 투자자들의 신뢰도와 정치적 상태까지 고려한다. 무엇보다 나라살림, 즉 재정의 건전성도 담지한다.

무디스가 주초 대한민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조정한 것을 계기로 한국의 주가와 경제적 발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1997년 등급폭락 이후 1999년 `Baa3'로 상향되며 `투자적격등급'을 회복한 한국은 이제 외환위기이전보다 더 높은 등급을 바라보게 됐다.

오랜 세월 국민, 기업, 그리고 정부가 어려움을 무릅쓰고 힘을 모은 결과가 과실로 돌아온 것이라 평가할 만 하다.

등급을 따라 오른 주가를 보면 격상된 한국의 위상을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1998년 코스피(당시 종합주가지수)가 최저점 277에서 14년만에 7배가량 높은 수준인 2천대로 올라섰다.

등급의 상향이나 주가의 상승은 글로벌 금융위기 중에 이룬 성과란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과거 폐쇄형 경제 시절에도 받지 못하던 등급이 비자발적으로 개방을 당한 이후 전세계 경제가 어렵고 북한의 통치권력이 변화를 겪는 가운데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한국경제의 체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개선되었다는 자부심도 느낄 만 하다.

무디스는 등급전망을 상향하며 상향요인으로 재정건전성과 대외건전성, 은행부문의 취약성 개선 등을 꼽았다. 이 대목에서 그리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 주가(ATHEX)는 유로존 출범 1999년 당시 6,400이었다. 이후 십여년만에 현재 700선 전후로 10분의 1토막이 나버렸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초래한 가장 큰 이유로 재정의 건전성의 훼손이 자리잡고 있다.

19대 총선이 임박해 이런 부분이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재정 문제 때문이다. 최근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공약 홍수는 무디스가 칭찬한 한국 재정건전성의 악화로 이어질 것임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이룬 경제의 건전성이 남유럽 국가와 유사한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잠식될 위험이 걱정되는 것이다.

정치권이야 눈 앞의 표를 위해 무엇이든 약속하는 것이 타고난 생리이니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과 정부는 바른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최근 美 월스트리트저널이 사설을 통해 찬사를 보낼 정도로 한국 정부의 자세는 일관되고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여론조사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당수의 국민이 덜 내고 더 누리는 포퓰리즘성 복지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 하다.

물론 덜 내고 더 누리는 것이 가능하다면 최상일 것이나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남유럽 위기에서 이미 목격한 바 있다. 이성적인 판단으로 정치권의 책임있는 자세를 이끌어내는 것은 결국 국민의 역할이다.

건전 재정에 대한 중요성을 남유럽 교훈에서 반면교사 삼지 못한다면 정치권에 대한 희망은 접어야 할 것이다.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은 (무디스 기준으로) 중국이나 대만,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못한 현실은 여전하다. `지정학적 불안'이라는 요소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핸디캡 역시 월등한 정치.경제의 건전한 구조, 그리고 `튼튼한 재정'을 갖춰나감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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