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설 연휴 직전인 17일 열리는 2월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는 올 한 해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리트머스 시험지의 성격이 짙다. 기준금리 인하나 동결보다 소수의견이 나올지 여부에 따라 향후 유통 금리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채권시장은 2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확신하면서도 유통금리 강세에 베팅하고 있다. 소수의견이 나오면 향후 기준금리 인하의 전조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금통위의 소수 의견보다 한은이 주택금융공사의 자본금 확충을 위해 발권력을 동원한 데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발권력 동원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던 한은 집행부가 선선히 정부에 협조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서 한발짝 물러서 있고 싶어한다는 또 다른 방증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은은 최대 20조원의 주택담보대출을 원금분할·장기·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주택금융공사의 자본금 확충분 2천억원을 발권력을 동원해 충당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중이다. 한은은 이미2004년 주금공출범 때 3천100억원을 출자했고 2012년에 1천350억원을 추가로 출자해 전체 지분의 31%가량을 보유한 2대 주주다.

한은이 무차별적인 기준금리 인하보다 금융안정을 위한 미시적인 대응 방법으로 발권력까지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이번 금통위에서 소수의견보다 발권력 동원에 대한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입장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발권력을 동원한 한국형 양적 완화가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비켜갈 수 있는 묘수풀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단기 골든크로스가 발생해 추가 상승이 점쳐지는 달러-원 환율 일봉차트>



때마침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바탕으로 달러-원 환율도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면서 기준금리 인하에 비우호적인 한은의 입지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동안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진영은한은도 글로벌 환율 전쟁에 동참해야 한다는 점을 가장 강력한 논거로 제기했다. 특히 엔원 재정환율이 너무 가파르게 하락한 데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우리도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동안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의 대세였다. 제로금리 수준의 기준금리 정책을 펼치고 있는 일본은행(BOJ)이양적완화까지공격적으로 펼치면서 기준금리 인하론이 득세했다. 특히 최근 호주중앙은행(RBA)도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이어 중국 인민은행(PBOC)까지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등 환율 전쟁에 동참하면서 한은의 입지가 더 좁아졌었다. 하지만 글로벌 달러 강세에 달러-원 환율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환율 방어를 위한 기준금리 인하론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금통위 소수 의견에만 주목하며 포지션을 잡았다가 자칫본헤드(bone head : 바보, 얼간이) 플레이의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본헤드 플레이는 야구에에서 수비나 주루 플레이를 할 때 판단을 잘못해서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일컫는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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