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무슨 말을 할까. 그가 24~25일 상·하원에 출석해 상반기 통화정책 보고에서 어떤 얼개를 공개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가 취임했을 때와 지금은 의회의 지형도가 달라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작년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기 때문이다. 공화당 의원들이 연준의 돈 풀기 정책에 반감을 많이 가지고 있는 만큼 옐런 의장에겐 이번 의회 보고가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년차 연준 의장의 역할을 대과(大過) 없이 넘겼다는 평가를 듣는 옐런 의장이 의회권력 변화와 함께 맞이하는 2년차에 더욱 노련한 모습을 보여줄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이번 회의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세계가 주목하는 금리인상 이슈와 미국 의회가 벼르고 있는 연준 감시 이슈다. 미국의 경제회복이 본궤도에 오름에 따라 올해 안에 금리인상이 확실시 되고 있다. 시장이 주목하는 건 '타이밍'이다. 미국의 빠른 경제회복을 반영해 조기 금리 인상을 선택할지 예정된 일정대로 금리를 올릴지가 관건이다.

시장컨센서스는 대략 6월을 기준으로 앞뒤로 한두 차례 유연성 있는 결정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고용시장 회복속도가 빠르거나 경제회복 속도가 기대한 대로 흘러갈 경우 6월 이전에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고용시장이 예상한 대로 회복되지 않거나 물가상승률이 현저히 떨어질 경우 금리인상 시기는 뒤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나온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보면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연준이 통화정책문에 핵심문구인 '인내심'을 제거하는 데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현재의 미국 경제 상황에서는 금리인상이 시기상조임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최근 상승세를 보였던 미국 시장금리도 1월 FOMC 회의록 발표 이후 주춤하다.

이번 보고에선 연준이 새로운 화두로 꺼내든 국제적 환경 변화가 정확히 무얼 의미하는지 들을 기회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세계 경제의 불안 요소는 ▲국제유가 하락이 유발한 저물가 위험▲우크라이나 사태와 그리스 구제금융 등 유럽발 경제불안 ▲환율전쟁으로 비화한 글로벌 통화완화 경쟁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 이 중에서 연준이 저물가를 의식해 통화정책 결정에 참고할지, 유럽발 경제불안이나 통화완화 경쟁을 염두에 두고 정책결정을 내릴지 시장은 아직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변수는 의회의 연준 감독권에 관한 것이다. 공화당은 의회가 연준을 감독하는 법안을 올해 안에 통과시키려고 벼르고 있다. 연준이 금융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번 기회에 의회가 연준의 군기를 잡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연준 내부에서는 통화정책 중립성에 위배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번 통화정책 보고에서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옐런에게 연준 감독권에 대해 속사포 질문세례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의 연준 감독 논란은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어떤 나라가 금융위기를 맞을 경우 그 해법으로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 국회가 중앙은행을 감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금융위기 해결 국면에서 돈 풀기를 선택하자 각국 정부가 그걸 똑같이 따라했듯이 중앙은행 감시도 마찬가지 유행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 통화정책의 중립성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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