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한화자산운용 주식 운용 매니저

(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2007년, 여의도 증권가에 중국 바람이 불면서 증권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중국인 인력을 채용했다. 하지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고섬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중국인 금융맨들이 본국으로 돌아갔다.

고정희 한화자산운용 주식 운용 매니저는 중국 바람이 처음 불었던 당시 여의도에 입성한 '여의도 중국인 1세대'다. 중국인들이 여의도를 떠나던 때에도, 그는 살아남았다.

고정희 매니저는 27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기관들도 중국 기업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고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중국 증시 리레이팅(re-rating)이 일어나고 있다"며 "중국 주식에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중국인 인력 수요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정희 매니저는 지난 2008년 한화자산운용에 입사했다. 한화그룹 해외 채용 1기다. 당시 한화 그룹이 중국 전체에서 채용한 인원은 총 5명. 이 중 4명은 중국에서 유학한 한국인. 고 매니저는 유일한 중국 국적의 입사자였다.

고 매니저는 한화 자산운용의 중국주식팀에서 운용 및 리서치를 맡고 있다. 이 팀이 운용하는 한화 꿈에그린 차이나 A주 증권펀드의 1년 수익률은 43.32%로 업계 2위 수준이다.

그는 "다른 하우스는 위탁 운용이 많은 반면 한화는 직접 중국주식팀을 운용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 본토 A주와 홍콩 H주를 함께 운용해 본 하우스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고 매니저까지 총 5명으로 이뤄진 중국주식팀 인력은 모두 중국통이다. 대부분이 대학 또는 연수를 중국에서 받아 언어적인 문제도 없고 중국 사정에 밝다는 게 고 매니저의 설명이다. 이 팀은 한해 20번가량 중국 현지로 기업 탐방을 간다. 한번 갈 때마다 미팅은 최소 10회, 많으면 15회씩 잡힌다.

고 매니저 눈에는 중국 증시 전망이 장밋빛이다. 주식하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중국을 아는 사람으로서 그렇다.

고정희 매니저는 "시진핑 정부가 본격적으로 국유기업 개혁에 속도를 내면서 부정부패가 척결, 기업들의 자기자본수익률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져가고 있다"며 "특히 정부가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 해외 수주가 많은 기업은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기차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해기차(상하이자동차)가 대표적인 예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北京) 지역에 5km마다 전기차 충전소를 하나씩 만들기로 했다. 전기차 사용 확대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고 매니저는 "지난해 말까지는 중국 금융주만 급등했지만 올해부터는 정책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면서 실적이 개선되는 개별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며 "중국 기업은 지분 보유 1년이 지나면 배당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주주환원정책에 전향적, 배당 매력도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위안화 약세에 따른 환헤지 비용 증가도 중국 주식 투자에 큰 걸림돌은 아니다.

고 매니저는 "중국 당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포기하지 않는데다 무역흑자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지나친 평가절하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변동 폭은 최대 3% 정도일 텐데 헤지비용을 2~3%로 잡아도 지수의 배당률이 2%를 넘기 때문에 환헤지 비용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후강퉁도 실패작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전체 한도에 30% 가량이 채워졌고 기관투자자는 아직 본격적으로 나서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또 후강퉁이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중국 당국이 금융시장을 열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높게 평가할 만 하다는 게 고 매니저의 견해다.

고정희 매니저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중국 A주에 투자하려면 펀드 약관 등을 바꿔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아직 선뜻 나서고 있지 못하다"며 "개인과 달리 기관은 수탁사에 있는 주식을 증권사에 넘기고 이튿날 바꿔야 하는데 해외 기관은 컴플라이언스팀 등에서 이튿날 매도하는 걸 승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고 매니저는 "이같은 문제가 3월께는 바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이처럼 제도가 바뀌면 기관 투자자 참여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에 있는 국내 토종 운용사에서 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고정희 매니저. 그는 여기서 중국에 투자하는 게 더 좋은 종목을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고 매니저는 "밖에서 안을 보게 되니 중국 A주의 밸류에이션이나 개별 종목의 글로벌 경쟁력을 다른 글로벌 동종 업종 기업과 비교할 수 있다"며 "올해도 양회(兩會)나 MSCI지수 편입 등 굵직한 이슈가 남아 있어 중국 증시 강세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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