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집값의 90% 수준까지 치솟은 전세가격이 우리나라 경제 침체의 서곡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저금리에 부동산 가격이 매도호가 중심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전세가격까지 뒤따라 오르면서 이른바 빚잔치 패턴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2020년부터 베이비부머가 본격 은퇴하는 인구절벽에 이어 청년실업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소득절벽까지 겹쳐 우리 경제가 큰 어려움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집값 90% 수준 '미친 전세'

저금리에 따른 월세 전환과 무더기 재건축 등으로 서울 지역도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90% 넘어서는 아파트가 속출하는 등 이른바 미친 전세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종암동 종암SK 아파트 전용면적 59㎡의 경우 전세 보증금이 지난달 6일 최고 2억4천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의 최근 매매 실거래가격은 2억4천900만원이다. 표면적으로 전세가격에900만원만 보태면 집을 살 수 있는 셈이다.

수도권 일부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격보다 전세가격이 더 비싼 이른바 깡통 아파트까지 등장하는 등 전세가격 이상 급등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급기야 전세가격 상승을 견디지 못한 일부 세입자들은 빚을 얻어 주택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2006년 실거래가 조사 이후 두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움직하기 시작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8천144건으로 지난 1월6천866건보다도 1천278건이 늘어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 소득 안늘고 가계부채만 늘어난 빚잔치

전세가격이 폭등하고 부동산 거래가 급증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도 덩달아 폭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2014년 4·4분기 가계신용'을 보면전세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한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은 전분기 대비 29조8천억원 늘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최대치로 증가속도가 너무 가파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계신용 절대 규모도1천89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통화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어떤 경로를 거쳐 얼마만큼 지불되었는가를 분석하는 자금순환동향상 가계부채는 더 심각하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부채가 1천266조원으로 전분기 1천242조원보다23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국민총생산 1천469조원의 86% 수준으로 임계치까지 치솟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3분기 국민계정상 국민총소득(GNI)은 전년동기 대비 3.2% 증가하는데 그쳤다. 소득보다 빚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2분기 161.1%에서 163.1%로 상승했다.

이른바 빚잔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2018년부터 고령사회

정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까지 대폭 완화하는 등 가계를 빚잔치에 내몰면서도 생산가능인구의 가파른 하락 등 실수요 감소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선다. 2018년에는 전체인구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를 돌파해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3년 남은 셈이다. 11년 뒤인 2026년에는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하는 이른바 인구절벽이 가시화된다.









초고령화보다 심각한 건 출산율이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다는점이다. 여성 한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을2013년 1.19명까지 낮아졌다. 현재 수준의 인구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출산율은 1.2명이다. 태아 사망률이 낮아졌지만 자연 감소 분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수준의 출산율이면 2700년 경에 우리나라는 말그대로 반만년 역사만 남긴채 (단군이 기원전 2333년에 우리나를 건국했다고 가정할 경우)지구상에서 소멸된다는 냉소적인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0년까지 출산율을1.4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9.2%로 두자릿수에 육박하는 등 경제활동인구에 새롭게 진입한 세대가 결혼할 형편이 안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택 수요자가 창출되지 않는 상태에서과도한 주거비는 만혼 현상을 심화시켜 이른바 불임 한국을 만들고 있다.

모든 경제지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닮은 꼴로 돌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만 일본과 차별화될 것이라는일부 정치 지도자들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도 하지 못하게 만든 무책임한 세대'.지금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베이비부머와 386세대를 훗날젊은이들이 이렇게 부르지는 않을까.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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