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후 북한의 새 지도체제가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지난 30년간 국제시장에서 거래가 뜸했던 북한 채권이 반짝 관심을 받고 있다.

북한 체제가 변화할 가능성과 언젠가는 고립에서 벗어나 국제 금융시장에 손을 뻗을 것이라는 추측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미국시간) 액면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뜸하게 거래되던 북한 채권이 투기세력 사이에서 갑자기 관심을 끌었다고 보도했다.

런던 소재 중개업체인 엑소틱스에 따르면 북한 채권 가격은 이번 주 액면가 1달러당 14~18센트로 지난주의 13~15센트에서 소폭 상승했다.

엑소틱스의 앤드류 채펠 채권 트레이딩 및 영업 헤드는 며칠간 이 북한 채권에 대한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북한 채권은 지난 1997년 BNP가 (현재 BNP파리바) 부실 신디케이트론을 모아 내놓은 제로쿠폰 채권이다.

북한은 1970년대 말 신디케이트론의 형태로 100개가 넘는 은행에서 6억8천만 독일마르크와 4억5천500만스위스프랑을 빌렸지만 상환하지 못했고 1984년 이후 10년 넘게 아무도 채권을 손대지 않았다.

1990년대 말에 들어 남북한 관계가 개선되자 일부 은행이 부실 채권 자본화에 나섰고 채권 일부를 2억9천300만마르크와 2억1천700만프랑으로 나누었다.

이를 주관한 BNP는 '북한 채권(NK Debt)'라는 특수목적법인(SPV)을 만들어 부실 채권을 보유케 하고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북한 채권을 산 투자자는 오직 북한의 권력이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넘어가면서 언젠가 체제가 개방될 것이라는 데 베팅한 것으로 진단됐다.

애초 북한 채권 투자자는 북한이 언제까지고 외부로부터 고립될 수 없으며 다른 공산국가처럼 언젠가 자금 조달을 위해 국제금융시장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이라는 전제로 투자에 나섰던 것인데,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이러한 기대를 좀 더 키운 것이다.

채펠 헤드에 따르면 위험 투자나 프런티어마켓(차기 신흥시장)을 찾는 소수의 투자자 사이에서 북한채권에 대한 관심은 북한 정세변화에 따라 변동했다.

그는 펀드매니저들이 북한 채권을 매입하고 몇 년간 보유하다가 다른 채권으로 바꿔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북한 채권은 10개 남짓한 블루칩 연기금 펀드나 헤지펀드가 주로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프랭클린 템플턴이 독일 마르크화 표시 북한 채권을 액면가로 425만달러어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뉴욕 소재 중개업체인 아우어배치 그레이슨의 팀 슬러터 픽스트인컴 헤드는 "이 투자자들에게는 500만달러를 들여 산 북한 채권 가격이 14센트에서 16센트로 올라가기만 해도 괜찮은 수익을 거두는 것이어서 투자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반드시 남북한 관계가 호전되기를 바라고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너무 위험한 투자라고 경고한다.

북한 채권이 출시된 초창기에 채권을 보유했던 덴마크 소재 헤지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북한 채권 가격이 너무 비싸다. 다른 프런티어마켓의 채권 중 쿠폰을 지급하고 상환도 되는 매력적인 대안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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