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다정 기자 = 국내 전문가들은 3일 나스닥종합지수가 15년 만에 5천선 위로 올라왔지만, IT기업들의 성장세나 밸류에이션이 과거와 다른 만큼 버블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애플과 구글처럼 탄탄한 수익으로 시장 지배력의 높은 기업들과 바이오, 사물인터넷(IT) 등 최근 투자자금이 몰리는 신성장 기업 중 상당수가 나스닥지수에 포함돼 있어 주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나스닥지수가 과거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에 IT나 기술주들이 하락한 전례가 있다며 이번에도 미국 금리인상과 관련해 단기 조정을 받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추가 상승 여지는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나스닥지수 5천 돌파에 따른 국내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

최근 나스닥 지수가 올라가는 현상의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저물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과거 대기업들의 이익 성장이 이전만큼 뚜렷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성장 산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나 관심이 커지고 이들 업종이 많이 상장돼 있는 나스닥이 재평가받으며 주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다른 하나는 나스닥지수 내에서도 애플처럼 시장 지배력이 높은 기업들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10년 새 급성장한 기업들이 나스닥에 많이 포함돼 있다. 현재 IT에 이어 바이오,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기술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이런 업종들이 골고루 나스닥에 들어가면서 주가의 고점에 도달하게 된 원인이라고 본다. 나스닥 지수는 고평가 논쟁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추가 상승 여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

과거 버블을 논하던 때와는 상황이 다른 것 같다. 버블은 이익대비 주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는데, 전체적으로 밸류에이션이 17배 정도 된다. 현재 비싸긴 하지만 2000년대는 20배가 넘었기 때문에 과거 대비해서는 버블이 크지 않다고 본다. 나스닥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이익 상승이 뒤따랐기 때문에 2000년처럼 과열의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성장의 동력 자체가 미국에 집중돼 있고, IT업종의 이익 증가에 따른 주가 상승이라고 본다. 나스닥지수는 추가로 더 올라갈 것이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다는 점은 조심스럽다. 과거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에는 성장주나 기술주의 상승폭이 제한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밸류에이션상 할인율이 높아지면서 성장주나 기술주가 조정을 받았는데, 다만 올해 나스닥지수는 미국 금리 인상 시에도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 한요섭 KDB대우증권 연구원

나스닥지수가 5천선을 돌파한 것은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의 기술주나 바이오들이 지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다만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감은 점진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글로벌 펀드플로우 측면에서 본다면 미국에서 유럽, 아시아로 자금 유입이 나타날 것이다. 나스닥 지수가 오른다는 건 IT기업들의 실적이나 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양호하다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추가 상승 여지는 충분히 있다. 앞으로 유럽 경기가 좋아지고 중국 경기 둔화세를 방어하기 위해 인민은행이 경기부양책을 11월부터 내놓고 있다는 점도 지수를 위쪽으로 끌어올린 만한 요인이다. 나스닥지수는 아직 버블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 황영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업종별로 보면 현재 IT섹터가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고 마진 회복 속도가 가장 강하고 성장률도 높은 편이다. 최근 미국 시장 전체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부담되는 선까지는 올라왔는데 IT업종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나스닥지수를 제외한 지수들이 앞으로 5%가량 오른다고 한다면, 나스닥지수는 이보다 조금 더 올라갈 것으로 보여 거품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최근 미국 증시가 역사적 고점 경신을 지속하는 과정에서도 미국 증시 참여자들의 리스크 선호 현상은 IT버블기와 달리 과열 양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

◇ 이은택 SK증권 연구원

나스닥지수는 급등에 따른 조정이 있을 순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본다. 글로벌 경기가 미국을 중심으로 회복되면서 고급인력이나 풍부한 자본, 기술력 등을 보유한 산업들이 유리한 상황이다. 이를 반영한 업종이 기술주나 IT다. 이들 업종이 나스닥에 많이 상장돼 있기 때문에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견조하다면 추가 상승 여지는 있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다 해도 장기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어서 조정이 오면 오히려 매수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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