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최악의 보릿고개'에 직면한 정유업계가 원유 도입처 다변화의 일환으로 중동 의존도를 줄이고 있어 주목된다.

그간 정유사들은 안정적인 도입선 확보를 위해 가장 많은 물량을 수출하는 중동 국가에서 대부분의 원유를 충당해왔다.

하지만 정제마진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한 푼이라도 원가를 아껴야 했던 정유사들은 그간 다양한 도입처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아울러 지난해 국제 유가까지 하락 추세에 돌입하면서 원가 절감 압력은 더욱 거세졌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업체들은 중동산 원유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산 원유를 도입해 원가 절감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89.4%에 달했던 국내 정유4사의 중동 의존도는 지난해 87.3%로 줄었다.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을 가장 많이 줄인 업체는 GS칼텍스였다. 지난 2013년 88.48%의 원유를 중동에서 들여왔던 GS칼텍스는 지난해 83.75%까지 의존도를 낮췄다.

아울러 현대오일뱅크가 91.26%에 달했던 중동 의존도를 89.13%까지 떨어뜨렸고, SK에너지 또한 중동 수입 비중을 78.03%에서 77.53%로 소폭 낮췄다.

사우디 아람코와의 장기계약을 통해 원유를 공급받는 에쓰오일 또한 영국산 브렌트유를 일부 도입하면서 비중을 99.27%에서 98.56%로 하향 조정했다.

정유업체들이 중동산 원유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양한 유종을 들여오면서 원유 도입처의 숫자도 덩달아 늘었다.

SK에너지는 콩고와 적도기니아 등 아프리카산 등으로 도입처를 다변화했고, 현대오일뱅크는 캐나다와 에콰도르 등 아메리카산 원유의 도입을 추진했다.

GS칼텍스는 카자흐스탄과 리비아, 가봉, 미국, 에콰도르 등 다양한 국가로 도입처를 확대하면서 중동산 비중 낮추기에 나섰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산 원유의 도입량은 지난 2013년 349만7천배럴에서 1천129만1천배럴로 322% 급증했고, 32만9천배럴을 수입하는데 그쳤던 아메리카산은 지난해 938만4천배럴로 도입 규모가 확 늘었다.

이처럼 원유의 도입 비중에 변화가 생긴 배경에는 중동산에 비해 남미 등 초중질원유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과 국제 정세의 급변에 따라 도입처 다각화 압력이 증가했다는 점이 꼽힌다.

초중질원유는 1~2달러 가량 저렴한 대신 유황 등 불순물이 경질원유에 비해 다량 포함돼 있는 만큼 정제 이후에도 수익성있는 제품들을 뽑아내기가 어려웠다.

다만 현대오일뱅크의 한 관계자는 "탈황시설의 보급과 고도화 비율 증가로 유종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며 "중질제품이 나오더라도 고도화 설비를 이용해 수익성 있는 제품으로 변환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유가가 급전직하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은 재고를 보유할수록 손해가 커지는 상황에 노출, 원유 도입량을 전반적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 4사의 지난해 원유 도입량은 지난 2013년 8억8천192만3천배럴에서 지난해 8억2천924만6천배럴로 약 6% 감소했다.

특히 줄곧 가장 많은 원유를 수입했던 SK에너지는 도입량을 15% 줄이면서 2위였던 GS칼텍스에 비해서도 원유 수입 규모가 작아졌다.

SK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원가절감을 위한 차원에서 정제과정을 거친 중유(fuel oil)제품을 수입해 원유와 섞어 쓰면서 원유 수입량이 전반적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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