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미국의 비농업부문 고용지표 호조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표 호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인상 전망이 다시 제기되는 상황이라 금통위가 선제적인 인하에 부담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9일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금리 인하와 국내 물가 하락 등으로 최근 시장 참가자들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기는 했지만, 가계부채 문제와 미 연준의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3월 금통위에선 인하 결정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달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등장한다면 인하 기대는 당분간 연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 고용지표 예상밖 호조에 연준 6월 금리인상론 재부각

지난 6일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2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29만5천명 증가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 24만명 증가를 대폭 상회한 것이다.

2월 실업률은 전월의 5.7%에서 5.5%로 0.2%포인트 하락했다. 애널리스트들은 5.6%로 전망했다.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웃도는 호조를 보이면서 미 국채금리는 큰 폭으로 뛰었다. 미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주말에 전장보다 12.8bp 급등한 연 2.245%를 기록하며 작년 12월26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금리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인 것은 고용지표 호조로 연준의 금리인상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해서다.

WSJ의 존 힐센래스 전문기자는 연준이 조만간 포워드 가이던스에 변화를 주고 오는 6월에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할 공산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래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고용지표를 고려할 때 6월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에 가장 적절한 후보인 것 같다"며 6월 금리인상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

◇채권시장 "한은 금리인하 부담 느낄 것"

현지 일부의 관측대로 미 연준이 6월에 금리를 올린다면 시장 예상보다 빠른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장에 충격을 줄 정도로 서두르진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지속하면서 9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렸었기 때문이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이처럼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재부각되는 등 연준의 정책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한은 금통위의 정책 스탠스를 더 가늠하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의 금리인하와 국내 경기 및 물가지표 부진,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디플레이션 우려 발언 등으로 국내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지만, 미 고용지표 호조를 계기로 이런 기대 심리가 다시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채권연구원은 "미국의 2월 고용지표 호조를 감안하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인내심' 문구가 삭제되고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부각될 것"이라며 "이는 당초 한은의 예상보다 빠른 것으로 보여 국내 금리인하 결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또 "최근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한은이 가계부채 부담을 무릅쓰고 기존의 정책 스탠스를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외은지점 채권딜러는 "최근 채권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졌지만, 가계부채 요인과 여전히 높은 수준의 근원물가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하면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며 "이에 더해 미 고용지표까지 큰 폭 호조된 것으로 나와 금통위가 금리인하 압박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준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에 따른 시장금리의 상승 압력을 국내 정책 기대가 상쇄해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채권연구원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한은과 연준의 통화정책 스탠스로 국내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겠으나 국내 정책 기대가 연준의 금리인상 우려를 완화시킬 전망이다"며 "국내 정책 기대가 살아있고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진다면 단기구간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돼 장단기 스프레드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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