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세계 주요국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유럽은 9일부터 본격적으로 돈풀기를 시작한다. 내년 9월까지 1년 6개월간 매달 600억유로(한화 72조원)를 시중에 푼다. 중국은 최근 잇따라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낮췄다. 이외에도 인민은행은 주기적으로 자금시장에 등장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13년부터 돈 풀기를 시작했고 작년 10월에는 그 규모를 더욱 늘렸다.

세계 각국이 통화완화 경쟁을 가속화하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면엔 미국의 돈줄죄기에 대비해 유동성을 공급하려는 측면도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려 전세계에 퍼져 있는 유동성을 빨아들이면 각국은 유동성 고갈에 직면하게 된다. 최근의 양적완화 경쟁은 그에 대한 대비책 성격이 짙다.

이는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시작됐을 때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리를 올리고, 달러가 빠져나가지 않게 높은 방어막을 편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어차피 달러자금이 빠져나가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면 무리하게 막기보다 돈풀기로 맞대응해 유동성 부족 사태를 방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정책대응은 강대국끼리 관계만 놓고 보면 누이좋고 매부좋은 격이다. 미국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고 달러자금을 흡수할 수 있으며 유럽과 일본 등은 경기를 부양하면서 자기 돈을 싸게 풀어 달러자금 이탈을 대비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미국이 본격적으로 돈줄을 죄면 글로벌 유동성 총량에 타격을 준다. 그러나 유럽과 일본이 돈을 풀고, 중국까지 이 대열에 들어선다면 그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에서 푼 돈은 1차적으로 역내에 유동성 부족분을 메우는 역할을 하겠지만 남는 자금이나 좀더 높은 수익을 원하는 자금은 국경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우리 금융시장에서도 유럽계 자금이 들어와 버팀목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는 시각이 있다.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에서 풀린 돈은 이미 글로벌 시장 곳곳에 퍼져 있다. 와타나베 부인으로 불리는 개인들은 물론 공적연금까지 해외 투자의 발을 넓히고 있다. 일본의 양적완화가 계속되면 글로벌 유동성 확충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중국의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은 세계 증시에 '가뭄의 단비'같은 존재다. 특히 중국의 완화정책은 이웃나라인 우리에게 직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가격이 올라 중국 국민들의 구매력이 향상되면 요우커들이 많이 찾는 우리나라 경제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중국 증시의 상승을 기회로 우리 증시가 오름세를 탈 수도 있다.

세계 각국이 돈풀기를 서두르는 것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임박했다는 신호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순항하고 미국 경제성장률이 현재의 궤도를 유지한다면 6월 이후엔 금리인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과 일본, 중국 등 세계는 지금 각자의 방식으로 그걸 대비하고 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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