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삼성그룹은 올해 1분기에 유독 많은 일을 겪었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이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씨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재산분할 소송을 냈고, 이어 삼성물산 직원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애플과의 지루한 소송전이 올해도 계속 이어졌고, 삼성전자는 가전제품 담합 혐의에 휴대전화 가격 부풀리기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공정위 조사를 방해하다 역대 최고의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내외 악재속에서도 삼성그룹은 인수ㆍ합병(M&A) 시장과 회사채 시장에서 유독 바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0년 컨트롤타워를 복원하면서 미래전략실을 신설한 이후 주로 중소형 딜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왔으나 올들어서는 본업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5일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자문사가 관여한 삼성그룹의 M&A 사례는 적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약 1조원을 들여 합작사인 S-LCD의 소니 보유 지분을 인수했고,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는 295억원으로 90만100주(9.42%) 규모의 테라세미콘 전환사채(CB)를 취득했다.

삼성전기는 HDD용 모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의 알파나 테크놀로지(Alphana Technology)를 인수했고, 삼성토탈은 2천500억원을 투입해 서해파워와 서해워터를 되사왔다.

삼성카드가 보유중이던 삼성에버랜드 지분 17%를 KCC에 매각하는 딜도 올해 초 종결지었다.

삼성그룹이 M&A 시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덩달아 자금조달 행보도 눈에 띄었다. 특히 회사채 시장에서 예년과 달리 많은 돈을 끌어 모았다.

그룹사별 발행종목(화면 8474)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올 1분기에 1조6천500억원을 회사채로 조달했다.

한국전력공사(1조4천500억원), GS그룹(1조2천500억원), LG그룹(1조600억원), 현대차그룹(1조원)을 따돌리면서 대기업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회사채를 발행했다.

삼성중공업이 3년만에 다시 회사채 시장에 등장해 7천억원을 마련했고, 삼성물산이 4천억원, 삼성토탈이 2천500억원, 제일모직이 2천억원, 호텔신라가 1천억원을 각각 회사채로 조달했다.

삼성증권이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의 1분기 채권인수 실적에서 1위를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영업조직을 강화하기는 했으나 계열사 물량을 기반으로 이른 바터거래에 나서면서 실적을 끌어 올린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삼성증권은 은행채를 제외한 채권인수 부문에서 총 2조4천338억원을 인수, 8.64%의 점유율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국내 IB의 관계자는 "삼성이 미래전략실을 설치한 후 그동안 탐색을 하다가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힌 느낌"이라며 "실제로 수많은 매물을 손에 올려놓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자금 확보에도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데, 계열별로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편이지만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재무완충력을 어느 정도 갖춰 놓으려고 하지 않겠느냐"며 "회사채 발행이나 IPO 추진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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