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주 미국 통화정책 회의에선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노련미가 돋보였다.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주면서도 그 인상의 속도는 시장이 생각한 것처럼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확실히 주지시켜 결과적으로 금융시장의 안정을 이끌어 냈다. 옐런 의장은 시장의 심리를 능수능란하게 요리해 정책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쥔 것으로 평가받는다. 부임 초기 이른바 '6개월 발언'으로 '신참의 실수'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던 것과는 확 달라진 모습이다. 6개월 발언은 상당 기간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연준의 성명 문구에 대해 옐런이 기자회견에서 상당 기간이 6개월을 의미한다고 말함으로써 시장에 대혼란을 가져왔던 일을 말한다.

2년차에 들어선 옐런은 실수를 남발하던 초보자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냈다. 그의 시장 관리와 언론 대응을 보면 성숙함과 노련미가 물씬 풍겨 나온다. 통화정책 수장으로서 옐런만의 자기 색깔도 확실히 찾아가고 있다. 그는 전임자인 버냉키의 '솔직함'과 그린스펀의 '모호함'을 적절히 안배해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버냉키처럼 솔직하게 모든 정보를 시장에 오픈하는 것 같으면서도 의도적으로 모호함을 가미해 시장 자율적인 조정을 유도하는 것이 옐런의 스타일로 자리잡았다.

최근 달러의 움직임을 보면 옐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3월 통화정책 회의 직후 달러가치는 오락가락하고 있다.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늦을 것이라는 점에 달러가 내리기도 했다가 그래도 금리인상한다는 사실에 변함이 없다는 생각이 시장을 지배하면 달러가 오르기도 한다. 시장이 스스로 연준의 스탠스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옐런의 노련함에서 노회한 그린스펀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옐런의 통화정책을 보고 있으면 성동격서 작전을 즐겨 쓴 버냉키의 전략도 연상된다. 옐런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인상에 인내심을 가질 것이다'라는 말을 뺀 대신 미국 경제의 성장률과 물가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시장이 인내심 삭제와 금리인상 그 자체에 온 관심을 집중한 사이 성장률과 물가를 하향조정해 금리인상 시기를 늦추겠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버냉키 의장도 2013년 12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작하면서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강조해 시장 불안을 차단했다. 시장이 불안할 만한 요소를 하나 추가할때는 그걸 완화시킬 수 있는 장치를 하나 만드는 방식은 버냉키와 옐런에게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다. 버냉키와 그린스펀 등 전임자의 장점을 빼다 자기 것으로 흡수한 옐런의 적응력은 주목할 만하다.

옐런이 전임자의 단점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주목된다. 버냉키와 그린스펀이 공통적으로 가진 단점은 이른바 '샤워실의 바보'다. 그린스펀은 2001년 시행한 저금리 체제를 너무 오랫동안 유지해 자산거품을 유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산거품을 억제하기 위해 2004년부터 무려 12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1%였던 기준금리는 2006년에 5%까지 오른다. 전형적인 냉온탕 정책이다. 버냉키 의장은 세차례의 양적완화(QE)를 통해 돈세례를 퍼부었다. 그는 8년간의 재임기간동안 출구전략의 발을 떼지 못하고 결국 물러났다. 그 바통을 옐런이 이어받아 양적완화 축소와 금리인상을 진행하는 중이다.

현재로선 옐런이 그린스퍼의 실패에서 교훈을 많이 얻은 것으로 보인다. 옐런 의장은 2004년같은 지속적(持續的)인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기준금리는 올리되 경제의 회복 상황을 지켜보면서 단속적(斷續的)인 금리인상을 할 것임을 예고했다. 올해 6월에 한차례, 연내 한차례 더 금리인상이 예상된다. 내년에도 경기상황을 지켜보면서 기준금리를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거품이 넘쳐흐르던 2004년처럼 기준금리를 연속적으로 인상할 상황이 아니라고 연준은 판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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