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손석규 NH투자증권 FICC운용본부장(상무) 사무실 책상에는 인포맥스 등 정보단말기와 함께 주문 박스가 놓여 있다. 버튼만 누르면 스와프 브로커 하우스와 바로 연결되는 트레이더용 박스다. 옛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을 합친 국내 최대 증권사의 통합 FICC본부장에 선임된 이후로도 그는 프랍북 일부를 직접 운용하는 등 트레이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트레이더로서의 삶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다.

손석규 본부장은 26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본부장이 관리자로서의 역할도 있지만, 트레이더와 호흡을 같이해야 한다. 포지션이 없는 마켓워치는 의미가 반감된다고 보기 때문에 직접 포지션을 가져가면서 본부를 운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운용헤드가 트레이딩을 직접 하는 것은 외국계 금융회사에선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은 지점장이나 법인 대표들 상당수는 장중 개인 사무실에서 나와 트레이더들과 같이 딜링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손 본부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83학번으로 같은 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1993년 산업은행에 입행하고서 2002년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서울지점을 시작으로 외국사에 진출했다. 2005년 HSBC은행 서울지점으로 이동해 자금부 부대표를 지냈다. 2013년 NH농협증권 상품운용본부장으로 옮기고서 지난해 말에는 우리투자증권과 합병한 NH투자증권의 통합 FICC운용본부장에 선임됐다.

손석규 NH證 FICC본부장

(사진제공: NH투자증권 홍보실)

◇"트레이딩의 본질은 맷집과 타이밍"

손석규 본부장은 이용제 HMC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등과 더불어 국내에 스와프 프라이싱을 도입하고 새로운 시장을 일궈낸 스와프 트레이더 1세대로 통한다.

그는 1993년 산업은행에 입행해 미국 국채와 유로본드, 엔화표시채권, 해외선물 등에 대한 트레이딩을 처음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 스와프 프라이싱을 실전에 도입했다. 지금은 금리 리스크를 헤지하는 데 금리스와프(IRS)를 이용하는 게 일반화됐지만, 당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손 본부장은 "지금은 IRS 등 스와프가 파생상품이 아닌 기본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스와프 프라이싱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며 "이후에도 채권현물과 국채선물, 스와프 간에 항상 틈이 생기면서 트레이딩 기회가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시장 참여자로서 기회가 많았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했다.

손 본부장은 트레이더는 기본적으로 수비할 때와 공격할 때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실이 났을 때 패배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하고, 수익이 날 때는 길게 끌고 가면서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트레이딩을 하다 보면 누구나 틀릴 수 있는데 이때 아집이 생기면 안 된다. 냉정하게 인정을 하고 털고 나올 수 있어야 한다"며 "다만, 수익이 날 때는 '렛 더 프라핏 런(Let the profit run)'을 할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인 부침에 흔들리지 않고 맷집을 키우려면 운용 초기의 대응 방식이 중요하다. '시드 머니'를 먼저 확보해야 수익을 극대화하는 트레이딩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손 본부장은 "개인적인 트레이딩 스타일은 '모 아니면 도' 스타일은 절대 아니다"라며 "일단 수성이 돼야 공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운용 초기에는 신중한 전략으로 어느 정도 수익을 올리고 나서 여유있게 베팅하는 전략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40명의 연합부대, 최고 딜링룸을 꿈꾼다

NH투자증권 FICC운용본부는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연합 부대 격이다. 기존 우리투자증권 인력이 전체의 70~80% 정도로 비중이 크지만, 손석규 본부장을 중심으로 한 몸 같이 움직인다.

본부는 채권운용부와 FICC운용부, 글로벌트레이딩센터(GTC), 이자율매크로팀으로 꾸려졌다.

채권운용부는 RP북을 주로 운용한다. 국채전문딜러(PD) 업무도 이 부서에서 맡는다. FICC운용부와 이자율매크로팀은 프랍북을 운용하는 곳이다. GTC는 서울과 홍콩에 인력을 나눠 배치해 외화트레이딩을 주로 담당한다.

본부의 운용자산은 약 10조원 수준이다. 연초 역마진이 나면서 RP 잔고를 일부 줄인 영향이다.

손 본부장은 "회사 전체 운용자산은 20조원에 달하지만, 이 중에서 절반 정도는 대고객을 담당하는 사업부에서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합병에 따른 자산 증대 효과도 긍정적이지만, 무엇보다 질적인 레벨업에 더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사이즈보다 퀄리티가 마켓 성패의 주 요인이 될 거라고 믿는다"는 그는 장기적으로 해외채권에 대한 투자 스킴을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손 본부장은 "홍콩과 서울에서 해외채권에 몇천억원 규모로 투자를 하고 있고 일정량 이상은 해외채권으로 가져갈 생각이다"며 "다만, 아직은 잠재성장률보다 금리가 높은 국가의 국채에 투자하는 수준으로 회사채에 대한 접근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단일 통화로 외화자산에 투자하는 수준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크로스 커런시 플레이어가 됐으면 하는 게 장기적인 목표다"라며 "홍콩이나 싱가포르 소재 IB들을 보면 아시아 통화 전체를 한 번에 보는 트레이딩북을 운용하고 있어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ICC본부는 1분기가 채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도 올해 계획했던 수익 목표치를 절반 이상 달성했다고 한다. 연초 이후 유로 약세와 유가 하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한은의 통화정책 스탠스의 변화 가능성에 포지셔닝했던 것이 주된 요인이었다.

손 본부장은 "본부의 주된 포지션이 원화 이자율이기 때문에 통화정책 방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연초 금리동결 쪽에 무게가 더 실렸지만, 해외나 국내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한은이 호키시(매파적) 입장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봤고, 이런 예상이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고 설명했다.

◇롱 포지션 꺾을 때 아냐…FX스와프, 이머징채권 등 주목

손 본부장은 최근 강세장이 지속되면서 절대금리 수준에 대한 부담이 커졌지만, 기존 스탠스에 변화를 줄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통화정책 방향이 여전히 완화적이란 판단에서다.

그는 "미국의 경우 고용지표가 좋다고 하더라도 편하게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강달러와 저물가, 저유가 상황에서는 오히려 미 금리인상이 더 늦춰질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내적으로도 경제가 살아날 조짐은 크지 않다고 봤다. 금리가 계속 내려가고 있음에도 투자 규모는 제자리걸음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역동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여서 잠재성장률의 단계적 하향도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이다.

손 본부장은 "채권북이 기준금리 인하 전까지는 대부분 역마진을 보였고, 힘들고 예측이 안 되는 1년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은행이 생각보다는 입장 변화를 빨리 한 것 같다"며 "그럼에도 대외적이나 대내적인 여건을 볼 때 완화적 트렌드는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에 민감한 포워드 금리커브와 상당부분 플러스 캐리를 보이고 있는 FX스와프 스프레드 포지션, 그리고 이머징통화 채권 등에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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