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정부가 안심전환대출 추가 20조원 공급을 시작한 첫날인 30일 주요 시중은행 일부 지점들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영업 시작 전부터 20명 이상 고객이 줄을 서 기다리는 등 여전히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은행원들은 "선착순이 아니다. 기다릴 필요없다"며 고객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일부 고객들은 "일주일 사이 또 신청 방법이 바뀌었느냐"며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분당, 서울 노원구, 화정동, 목동 등 아파트 밀집 지역의 일부 지점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오전 9시 은행 문이 열리기도 전에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려는 고객들이 줄을 서는 풍경이 재연됐다.

KB국민은행 일산의 한 지점은 2개의 안심전환대출 전용 창구를 포함한 5개 대출 창구가 쉴 새 없이 고객들을 맞이했고, 대기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고객도 10명 이상이나 됐다.

우리은행도 일산, 화정 등 주택가 인근 지점은 개점부터 20명 이상 고객이 밀려들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경기도 지역은 오전부터 몰려드는 고객들로 창구 직원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며 "직장인들이 많은 서울 강남, 명동 일대 지점은 지난주보다 한산한 분위기지만 점심시간 이후가 되면 더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선착순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예상과 달리 '일찍 신청하고 마음놓고 기다려 보자'는 고객들이 많아 깜짝 놀랐다"며 "지난주처럼 비상태세를 갖추고 있는데 창구 혼잡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당국은 전일 20조원 추가 공급을 발표하면서 "이번주까지 40조원 판매면 어느정도 수요를 충족할 것으로 보이며, 선착순이 아니라 창구 혼잡도 적어 고객 불편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 영업현장은 지난주와 별반 다를게 없었다.

여기에다 지난주와 달리 선착순이 아니라는 점, "더 이상의 추가 판매는 없다"는 정부 발표에 동요한 중산층들이 '일단 신청하고 보자'는 식으로 너도나도 은행을 찾고 있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만난 안모(43)씨는 "안심전환대출을 꼭 받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될지 모르니 일단 상담이라도 해볼까 해서 왔다"며 "별 생각은 없었는데 이번주가 마지막이라는 소리에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인 최모(59)씨는 "지난주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한 지인이 '빨리 가야된다'고 말해 부랴부랴 달려왔더니 일주일을 기다려야 확정된다는 말에 울컥했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난주 신청할 껄 며칠 새 이렇게 방법을 바꿔버리면 어쩌라는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안심전환대출 고객 응대에 나서야 하는 은행원들의 피로도도 극심하다.

대부분 고객들이 `지난주와 어떻게 달라지느냐', `선착순이 아니라도 일단 왔으니 기다렸다 접수하겠다', `20조원이 넘으면 어떻게 되는거냐' 등 비슷한 질문을 반복하는탓이다.

한 시중은행 대출담당 직원은 "지난주 내내 야근을 했는데, 일주일 동안 추가 접수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제 저녁 잠이 오지 않았을 정도"라며 "선착순이 아니니 기다리시지 말고 천천히 오셔도 된다고 고객들을 독려하고 있지만 되레 직원들에게 화를 내는 고객도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창구 직원들은 안심대출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라며 "어차피 팔수록 손해보는 상품인데 고객이 몰려도 기쁘지 않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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