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셰일혁명은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American Manufacturing Renaissance)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31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1980년대 이후 큰 비용구조 탓에 제조업의 상당수를 포기했다"며 "하지만 셰일 에너지 개발을 앞세워 이제는 금융과 서비스 위주의 경제에서 제조업까지 경쟁력을 갖추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3월 첫째주 연합인포맥스, 산업연구원과 함께 셰일혁명의 본고장인 미국 텍사스주를 찾았다. 그곳에서 에너지를 연구하는 세계 석학은 물론 국내외 유수의 에너지 기업 관계자들을 만났다. 현지에서 만난 업ㆍ미들ㆍ다운스트림 업체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셰일혁명이 이끄는 에너지 시장의 변화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센터장은 "(현지에서 봤듯이) 석유가 고갈된다는 대명제는 틀렸고, 그간 유지돼 온 자원 부국의 헤게모니는 약화했다는 게 증명됐다"며 "공급자 우위로 존재하던 에너지 시장이 공급량 증가에 힘입어 수요자 우위의 시장으로 탈바꿈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원유는 자원 부국으로 명명되는 특정국가에 한정된 자원이었지만, 셰일개발을 통해 그 틀이 바뀐 것"이라며 "셰일혁명이 에너지 패러다임의 이동을 이끌어 냈다"고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최근 급등한 미국 증시의 원인도 에너지 혁명에서 찾았다.

그는 "2010년 이후 4년간 미국 S&P500 지수는 80% 이상 상승했다"며 "양적 완화 효과도 있겠지만, 핵심은 셰일개발로 실물경제가 튼튼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셰일광구 개발을 위해 고용이 창출되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가 증가하는 선순환 사이클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미국에서 만난 한 전문가가 셰일혁명이 미국에 가져온 변화를 '야구경기의 1회 초에 불과하다'고 표현했다"며 "셰일개발을 통한 고용창출과 소비개선 사이클도 최소한 향후 5년 이상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미국 에너지 시장 진출도 강조했다. 다만, 성과주의를 앞세운 개별 기업의 독자 진출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 센터장은 "당장 미국진출을 시도한다고 해도 2~3년 내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세계 최고 시장의 미국에서 기술로 인정받는 수준까지 도달해야 향후 어느 지역이 플랜트 발주의 중심이 되더라도 수주를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LNG 플랜트 건설에서 세계 최고 기업을 배출한 배경에는 도쿄가스가 LNG를 수입할 때 관련 플랜트 수주가 가능하도록 일본 건설업체를 적극적으로 밀어준 게 주효했다"며 "우리나라도 일본의 사례를 잘 분석하고, 국내 기업 간에는 국가라는 큰 틀에서 경쟁자보단 동반자라는 인식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대응 해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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