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삼성이 화학·방산 계열사 4곳을 한화에 넘기기로 한 '빅딜'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 딜 클로징(closing)도 차질을 빚고 있다.

4개 계열사를 한꺼번에 일괄 매각하려던 삼성의 당초 계획은 투트랙(two track) 전략으로 바뀌어 '선(先) 화학·후(後) 방산' 일정으로 후퇴됐다.

일정상 후순위로 밀린 방산 계열사 매각마저도 프랑스 탈레스 본사가 보유한 지분 50%에 대한 처분 이슈 탓에 상반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삼성테크윈 노동조합의 파업 개시 역시 최대한 빨리 딜을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삼성 입장에서는 전체 매각 일정이 지연되는 와중에 만난 또 다른 복병이다.

삼성은 상반기 내에 모든 딜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지금까지의 매각 과정 곳곳에서 불거진 사안의 무게감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한화케미칼로 매각할 예정인 삼성물산과 삼성SDI는 '빅딜' 건과 관련해 지난 4일 정정공시를 냈다.

빅딜이 성사된 지난해 11월 26일 이사회 직후 낸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처분결정' 공시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정정공시를 낸 데 이은 두 번째 정정공시다.

지난해 11월 삼성물산과 삼성SDI는 삼성종합화학 보유 지분 가운데 각각 1천102만주와 747만3천주를 한화케미칼에 매각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삼성물산은 보유 지분 17.95%를 남기고서 일부를 처분한다는 내용이었고, 삼성SDI는 보유 지분 전량을 처분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양사는 정정공시에서 처분 물량을 '물산 1천102만주·SDI 747만3천주'에서 '물산 1천275만주·SDI 575만2천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당초 계획보다 많은 보유지분을 처분하는 것이고, 삼성SDI는 계획보다 적은 지분을 처분하는 쪽으로 매각 구조를 바꾼 것이다.

두 회사는 그러면서 삼성종합화학 지분 처분 예정일을 이달 3일로 명시했다.

하지만 예정일이었던 지난 3일 양사는 재차 정정공시를 내 처분 예정일을 '추후 결정 예정'이라면서 향후의 구체적인 일정을 아예 적시하지 않았다.

비상장사인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은 이날 주주총회를 열어 화학 계열사 매각을 우선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무산됐다.

이를 두고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이유가 어떻든 매각이 삼성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삼성이 서두르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인수 측인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11월 공시에서 지분 취득 예정 일자를 오는 6월 30일이라고 밝혔고, 기존 일정에 변화가 있음을 정정 공시하지 않았다.

삼성이 '4월 3일 완료(3월 31일 공시)→추후 결정(4월 3일 공시)'과 같이 관련 일정을 불과 사흘 만에 바꿔 주총 일정이 취소되는 혼란을 겪은 것과 대비된다.

이같이 삼성 측의 표면적인 일련의 공시 패턴만을 놓고 봤을 때는 인수 측인 한화의 예상치 못한 요구에 삼성이 끌려다닌다는 의심도 가능해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SDI가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전량 처분하기로 했던 것을 뒤늦게 일부 남겨놓기로 한 이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물산과 SDI의 지분 규모 자체가 바뀐 것은 단순히 위로금이나 노조 반대 차원에 따른 것이 아니라 딜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화 측의 삼성토탈 시설에 대한 현장 실사가 노조 반대로 무산되는 것은 매각 일정을 앞당기는 데 결정적인 걸림돌은 아닐 것이라는 게 재계 시각이다.

반면 삼성테크윈 노조가 위로금 수준과 고용 보장 방식 등을 놓고 반발하며 추진한 파업이 끝내 현실화한 것도 삼성 측에서는 적잖은 부담거리다.

'매각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슈일뿐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계열분리가 채 되지 않은 계열사의 사업장에서 파업이 진행되는 데 대한 상징성 때문이다.

삼성테크윈 노조는 이날 창원2 사업장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법상 쟁의행위가 제한된 전력과 용수, 방산 물자 생산직을 제외한 노조원이 파업에 들어간다.

삼성 측은 삼성테크윈 노조에 '1천만원+기본급 4개월치'를 위로금으로 제시했지만 노조는 터무니없는 규모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과거 삼성코닝정밀소재의 매각 당시 수준에 준하는 위로금을 주장하는데, 이에 대해 삼성은 "삼성테크윈이 삼성코닝정밀소재만큼의 이익을 내는 회사였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삼성테크윈은 지난 2013년 1천22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57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방산사업을 하는 엔진·특수부문은 이익을 냈지만 폐쇄회로(CC) TV 사업 등 일반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보안·정밀제어부문이 1천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낸 탓이다.

삼성탈레스 지분 매각을 놓고도 공동 출자사인 프랑스 탈레스사(社)가 삼성에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 50%를 사갈 것을 요구하는 것도 삼성으로서는 난감하다.

삼성은 자신들의 삼성탈레스 지분 50%를 한화에 넘겨 '한화탈레스'가 되도록 하는 게 최상이지만 탈레스가 삼성의 이같은 지분 매각에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스가 지분 50%에 대한 공동매각권을 꺼내들었는데, 한화로서는 굳이 탈레스의 공동매각권 행사에 따른 지분 50%를 매입할 필요는 없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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