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SK텔레콤[017670]이 지난 2010년 6천만달러를 투자해 지분을 확보한 미국의 이동통신사 라이트스퀘어드(LightSquared)가 파산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최근 한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미 도시에서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와 사막ㆍ산악 지역 등에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라이트스퀘어드는 작년 9월까지 4억2천7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SKT, 크게는 SK그룹의 해외 M&A 실패 역사에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SK그룹은 국내 굴지의 기업을 인수하면서 커 온 기업이지만 해외에서는 그다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해외 전략의 '부재'라는 말도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따라서 이번 SK하이닉스의 일본 D램업체 엘피다 인수전 참여에 대한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내수기업의 한계 벗어나려 했지만 = 선경직물로 출범한 SK그룹은 한창 섬유업의 수직계열화를 진행하던 1980년 대한석유공사 주식 50%를 671억7천800만원에 인수했다. 대한석유공사는 1982년 유공으로 이름을 바꾼 후 SK에너지로 변모했다.

또 1994년 당시로서는 엄청난 고가인 4천271억원을 내고 한국이동통신을 사들여 SKT로 성장시켰다. 이외에 수많은 M&A를 거쳤지만 대한석유공사와 한국이동통신이 오늘날 SK그룹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SK그룹은 내수기업의 한계에서 벗어나려고 해외 진출을 꾸준히 타진했다. 역시 선봉에는 전공 분야인 통신과 에너지가 섰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실패만 거듭했다.

SKT는 지난 2006년 차이나유니콤의 홍콩상장법인인 차이나유니콤 리미티즈가 발행한 10억달러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매입하고 이듬해 이를 전액 주식으로 전환해 3.8%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이후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데 실패하고 지분을 전량 매각해야 했다.

또 2006년 미국 통신업체인 스프린트의 망을 빌려 '힐리오'라는 이름으로 현지 시장에 진출했으나 가입자 확보 부진으로 2008년 버진모바일USA에 매각됐다.

SKT는 이후에도 버진모바일 지분 보유하며 인수까지 검토했으나 버진모바일이 스프린트 넥스텔에 인수되자 결국 지분도 매각했다.

SK에너지도 중국 심천에 10억달러 규모의 정유단지 조정에 나섰다고 뜻을 이루지 못했고 SK가스의 중국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최근 몇 년간 SK에너지와 SK이노베이션, SK네트웍스가 해외 자원 개발을 열을 올리고 있으나 구체적인 성과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SK가 충분한 시장 조사나 지식 없이 해외 진출이라는 타이틀에만 집착한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SK가 자원쪽으로 해외 진출 역량을 집중해 바닥부터 다지며 해외 진출의 스터디를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며 "따라서 이번 엘피다 인수전 참여는 예상 밖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최태원의 승부수..엘피다에 통할까 = 일각에서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만 인수해 편하게 성장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1위와 큰 차이를 보이는 하이닉스까지 인수하는 모험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전에 나설 당시 반대하던 SK텔레콤 경영진에 '그동안 SKT 경영진이 인수했다가 실패한 돈만 따져도 3조원이 될 것'이라고 일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엘피다 인수전 참여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반도체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과거 선경반도체 실패에 대한 명예회복 외에 최 회장 자신의 처지에도 있다.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최 회장은 국가적 숙제였던 하이닉스 매각을 해결한 점을 어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기준 D램 시장 점유율 23.7%로 삼성전자(43.2%)에 이은 2위 업체다. 점유율 11.9%인 엘피다를 인수하면 확고한 2위 자리를 굳히고 동시에 인수전 경쟁자인 미국의 마이크론도 견제할 수 있다.

엘피다 인수를 통해 D램 시황에 따라 변동하는 SK하이닉스 실적을 안정시킨다면 최 회장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굴지의 IT업체들이 메모리보다는 비메모리로 시선을 돌리는 상황에서 메모리 사업의 덩치만 키워서 될 일이 아니라는 진단도 설득력을 얻는다. LG전자가 하이닉스를 끝내 외면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엘피다의 파산보호신청과 대만 메모리업체들의 감산 등으로 D램 가격이 오르고 있으나 엘피다를 인수한다고 해도 삼성전자보다 가격 협상력이 높아질지 의문이다.

적자 행진에 상당한 부채를 안은 엘피다를 인수해 자칫 SK하이닉스까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M&A와 증권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스터디와 마이크론 견제 차원에서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국내 IB 관계자는 "엘피다 인수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겠으나 기술적 시너지는 의문"이라며 "메모리 사업을 안정시킨 후 비메모리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인지, 단순히 스터디 차원인지 의미를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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