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은행권 최고경영자들은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중개기능도 제대로 못하는 등 고장난시스템의 주범으로 지목됐다가 고용·세수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는 무능력자로 전락했기 때문이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의 히트상품이라는 안심대출도 마찬가지다. 구조적 결함을 가져 은행 입장에서는 한 숨만 나오는 돌연변이지만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것이다.


◇ 논 팔아 장사하라는 정부

안심대출은 우리나라 경제의 취약점인 가계대출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대책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은행권의 단기 변동금리 일시상환 금리를 장기고정금리 분할 상환으로 바꿔주는 구조다. 미국의 금리 인상 등금리 변동에 따른 가계부채의 시스템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 3%의 변동금리가 2%의 고정금리로 바뀌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 건 덕분에 당초 20조원 규모에서 34조원 규모로 대폭 늘어나는 등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팀도언론의 우호적인 보도에 흡족한 표정이다.

그러나 은행 입장에서 안심대출은 이른바 '논팔아서 장사'하는 괴상한 구조다. 아직은 연체율이 1% 안팎 수준인 양질의 대출자산을 무려 30%나 할인한 가격에 바꿔줘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안심대출을 기초자산으로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MBS)도 되사줘야 할 입장이다. 1년과 2년, 3년, 5년, 7년, 10년, 15년, 20년의 8개 종목으로 구성된 MBS의 만기별 평가 가격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가 아직 형성되지 않아 은행권의 부담이 더 가중되고 있다.

은행권은 안심대출 판매 규모와 MBS 매입 규모를 매칭시키려는 당국에 대해 불만이 더 많다. 논리적으로 내가 판 물건 값을 추가로깎아주고 그 매출 채권을 기초 자산으로 발행한 채권을 가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되사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 고용 늘리라면서 법인세 못 낸다고 타박

은행권 등 금융업은 최근 고장난 시스템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최경환 경제팀으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았다.

최부총리는 지난달 초 은행업 등 금융권을 겨냥해 "뭔가 고장 났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경제가 발전하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은행권 등 금융업의 비중이 10% 수준으로 확대돼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게 최경환 경제팀의 판단이다.

 

<지난해 최경환 경제팀 출범 이후 가파른 속도로 하락한 은행업종지수>

지난해 기준으로금융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에 불과했다. 금융업종의 일자리도 2013년 85만9천개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80만7천개로 집계돼 오히려 5만개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며 은행업종지수는 지난해 9월4일 장중 한 때 342.88을 기록한 뒤 지난주말 227.97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면허산업인 금융기관이 공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정부의 정책 방향성 만큼은 한 쪽으로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심대출 늘리고 청년일자리 늘리면서 법인세를 많이 낼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뜨거운 아이스크림' 같은 금융정책은 재검토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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