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일본은행(BOJ)은 이날 기준금리와 자산 매입 규모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시장에서 예상된 바였지만 지난달처럼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기다리던 투자자들은 실망하며 달러-엔을 팔았다.

그러나 BOJ의 기조가 긴축 쪽으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질적인 엔화 강세와 부진한 경제는 BOJ의 허리끈을 더 풀게 할 공산이 크다.

BOJ는 10일 금융정책위원회에서 기준금리인 무담보 콜론금리를 0~0.1%로 동결하고 자산매입을 위한 특별 기금을 현행 65조엔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BOJ는 현 경제 상황으로 볼 때 정책을 시급히 완화할 필요가 없고, 오는 27일 정책회의에서 전반적 경기 평가가 나오고 나서 완화 정책을 가동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BOJ는 정책 성명을 통해 "일본 경제를 디플레이션으로부터 끌어내고자 강력한 통화 완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추가 정책 완화의 여지를 남겼다.

가메오카 유지 다이와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BOJ가 일본 경제가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경제활동이 거의 멈췄다고 평가했다"며 "이는 BOJ가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우에노 야스나리 미즈호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OJ가 차기 회의에서 자산 매입 규모를 5조엔 늘릴 것으로 봤고 토탄리서치의 카토 이즈루 이코노미스트는 확대 규모를 10조엔으로 관측했다.

더 나아가 BOJ가 이날 추가 완화에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오쿠보 타쿠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0일 논평을 통해 BOJ가 이날 추가 완화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BOJ의 신뢰도와 일본 경제에 미칠 영향력에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BOJ가 2월에 단행한 완화 정책 이후에 나타난 엔화 약세의 약발이 다했고 이날 결단하지 않음으로써 BOJ는 오는 27일 정책회의에서 훨씬 과감한 조치를 내놔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BOJ가 일본 정치권의 거센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추가 완화 정책에 힘을 싣는다.

정치권은 BOJ가 추가 완화 정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난 5일 매파로 알려진 고노 류타로 신임 금융정책위원 지명자의 인준을 부결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이날 정책회의는 결국 두 자리가 공석인 채 진행됐다.

로열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증권의 니시오카 준코 애널리스트는 "BOJ가 추가 완화를 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면서도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영(0)%에 가깝기 때문에 BOJ가 차기 정책회의에서 정책 완화 압력에 놓일 것"이라고 봤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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