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은행권은 코리보(KORIBORㆍKorea Inter-Bank Offered Rate)가 새로운 대출 기준금리 후보로 논의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나 은행채, 통화안정증권(통안채), 국고채, 코픽스보다 장점이 많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은 먼저 코리보의 만기구조가 다양해 91일물 CD금리를 대신하는 단기 대출의 기준금리로 활용할 여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은행의 단기 조달금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대출 기준금리 변경 취지에도 걸맞다는 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현재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은행권은 CD 발행 감소로 CD금리가 시장금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인식에 따라 대출 기준금리 변경을 논의하고 있다.

은행권은 코리보가 유동성이 부족하고 CD금리와 마찬가지로 시장과 괴리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대출 기준금리로 삼으면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모색되는 대안금리 모두 단점 보유 = 현재 CD금리 대안으로는 은행채와 국고채, 통안채, 코픽스가 거론되고 있다.

이중 은행채는 만기가 1년 이상이다. 91일물 CD금리를 대체해 단기 지표금리로 쓰기엔 적당하지 않다.

국가부채가 문제시되는 상황에서 단기 국고채를 발행해 CD금리를 대체하기도 쉽지 않다. 기획재정부는 단기 국고채 발행 계획을 사실상 접은 상태다.

통안채의 경우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은행권이 난색을 보이고 있다. 통안채가 대출 기준금리가 되면 한국은행이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A시중은행 자금부장은 "당국에서 대출 기준금리를 결정하면 시장원리에 거스른다"며 "해외에서 금융시장에 대한 한국 정부의 통제가 지나치다고 인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당수 은행이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통안채 도입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코픽스(COFIX)는 한 달에 한 번 발표되며 시장 상황을 바로 적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중장기 대출 기준금리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CD금리 대신으로 코리보 '부각' = 코리보는 CD금리와 달리 시장의 금리 흐름을 반영해 대출 기준금리 변경 취지에 들어맞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일 공표되는 코리보는 14개 은행이 제시한 금리 중 상, 하 각각 3개씩을 제외한 나머지 8개의 평균치를 적용한다.

CD금리와 달리 외국계은행 서울지점도 포함돼 객관성이 높다. CD금리보다 시장 상황을 잘 반영하는 동시에 금리 왜곡 현상이 작다.

1주일부터 1년까지 모두 10가지 만기구조로 구성돼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로 코리보를 채택하면 3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주택담보대출 등 CD 연동 변동금리 대출상품의 금리가 주 또는 월 단위로 다양해질 수 있다.

통안채와 달리 당국 입김 없이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대출 기준금리를 결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B시중은행의 자금부장은 "새로운 대출 기준금리로 코리보가 적합하다"며 "은행간 금리와 신용스프레드를 반영했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기업은행과 외환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은 코리보 연동 예금을 이미 출시한 상태다.

▲유동성 확대 과제는 남아 = 코리보는 다만 은행들의 호가를 기준으로 산정돼 리보(LIBORㆍLondon Inter-bank Offered Rates) 금리와 달리 실제 자금이동이 없는 가상금리라는 단점이 있다.

아직 자금시장에서 실제 거래가 활발하지 못하고 적정 수준에서 임의로 금리를 입력하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은행권은 그러나 코리보를 대출 기준금리로 삼으면 은행간 단기 자금거래가 활발해지고 코리보의 유동성도 확보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권 담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7개 은행 기준으로 산정되는 CD금리와 달리 코리보는 국내외 14개 은행이 참여해 대표성이 오히려 강한 것으로도 평가됐다.

한 외국계은행 스와프딜러는 "유동성 문제만 보완된다면 코리보가 다른 대안에 없는 여러 장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 기준금리로 결정된다면 유동성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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