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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10월에 벌어진 프로야구 삼성 라이언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한국시리즈는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되는 명승부다. 양 팀이 3승3패로 팽팽하게 맞서, 운명의 7차전이 잠실에서 열렸다. 롯데 투수는 또 최동원. 그는 1, 3, 5차전에서 완투를 하였고 6차전에서도 5회부터 등판하였지만, 롯데는 최동원을 투수로 올리는 것 외에 대안이 없었다. 하지만 무쇠팔 최동원도 피로를 이겨낼 수는 없었기에 경기는 7회까지 4대3으로 삼성이 리드하는 상황이었다.

운명의 8회초 롯데 공격. 선두타자 2명이 출루하고 타석에는 5번 타자 유두열이 등장하였다. 그는 17타수 1안타, 타율 0.059의 지독한 부진에 허덕이고 있었다. 어지간한 감독 같았으면 이런 찬스에는 대타를 내었을 터. 하지만 강병철 감독은 유두열을 밀어붙였고, 그는 믿음에 보답한다. 기적과 같은 3점 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롯데는 한국시리즈를 우승했으며, 사실상 모든 경기를 책임졌던 최동원을 제치고 유두열이 MVP에 뽑혔다.

결과론이지만, 그때 감독이 유두열을 빼고 대타를 내었다면 게임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만일 당신이 롯데 감독이었다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과연 17타수에 달랑 1안타만 치고 있는 선수를 1사 1, 3루의 찬스에서 또 기용하였을까?

주식에 비유한다면, 내내 부진하던 선수를 계속 기용하는 것은 이를테면 ‘근본적분석’이다. 원래 3할대를 꾸준하게 치는 선수였으니 분명히 ‘본질가치’를 되찾을 것이라고 믿는 게다. 반면에 부진하던 선수를 빼고 대타를 기용하는 것은 ‘기술적분석’이다. 이들은 ‘추세’를 믿는다. 이제까지 잘 치지 못하였으니 앞으로도 계속 부진하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어느 방법이 옳을까? 그리고 당신은 어떤 편인가? 사실, 정답은 없다. 결과가 말해줄 따름이다. 당시 유두열 선수가 또 범타로 물러났거나 최악의 경우 병살타라도 쳤다면, 롯데 팬들은 대타를 기용하지 않은 감독을 향해 온갖 비난을 퍼부었을 것이다.

주식도 같다. 정답은 없다. 기술적분석이 옳을 때도 있고 근본적분석이 옳을 때도 있다. 어떤 것이 좋은지 우리는 잘 모른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믿는 바를 최대한 밀어붙이는 것이다. 우왕좌왕하는 것은 죽도 밥도 아니다. 따라서 나였다면, 내가 당시 롯데 감독이었다면, 당연히 유두열 선수를 빼고 대타를 내었을 것이다. 혹시 아는가? ‘대타홈런’이라도 터질지? 그러면 나는 ‘천하의 명장’이라는 칭송을 들었을 터.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최근 주식시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코스피지수는 ‘박스피’의 오명을 벗고 2,140마저 넘어섰다. 코스닥도 덩달아 700선을 돌파하였다. 시중 자금이 연일 증시로 몰리고 덕택에 주식시장이 연일 활황이라고 신문이나 TV뉴스마다 난리도 아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주가가 오른다고 보도하면서도 마지막으로 꼭 한마디씩 토를 단다. “다만, 최근 주가의 급등으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운운”

물론이다. 주가가 단기에 꽤 치솟으면서 기술적지표들은 죄다 과열권으로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팔아야할까? 나는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지난주 화요일(코스피지수 종가 2,111), 어떤 독자가 “주가와 기술적지표 사이에 괴리(divergence)현상이 나타날 것 같다”는 질문을 해왔다. 그래서 “지수가 꺾이기 전까지는 괴리라고 말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꺾이기 전까지는 내처 달리는 것이 추세가 아닌가? 그러니 추세의 끝을 미리 알아내기란 참으로 어렵다. 괴리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추세와 반대방향으로 거래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일 터.

겁은 좀 난다. 주가가 까마득하게 치솟다보니 현기증이 슬슬 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차트에 아직 ‘과열’신호만 나타났지 ‘매도’신호가 발령되지 않았는데 서둘러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 RSI는 4월13일부터 70선을 넘겼으니 과열국면이고, 스토캐스틱은 한 수 더 떠서 그 전주인 4월10일부터 과열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만일 4월10일이나 혹은 4월13일에 ‘과열’이라는 이유로 매도하였다면 꽤 후회하였을 것이다.

지금도 같다. 갈 데까지 가보는 게다. 전고점이자 최대 저항선인 2,093마저 극복하였으니 당장의 급박한 저항선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글쎄 2011년에 만든 2,231, 역사적 고점을 이번에는 넘어설라나?

(달러-원 주간전망)

지난주에 예상한대로 달러-원 환율은 마침내 ‘강’을 넘어섰다. 상승추세에서 하락추세로 전환하기 직전, 최후의 보루가 구름대였는데 지난주에 환율이 그것마저 무너뜨리고 말았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주 초반에는 1,100원을 살짝 넘기기도 하였으나 그건 지극히 일시적인 현상. 그나마 구름의 지지를 약간이라도 받으며 ‘허우적’거린 셈이다. 결국 1,090원선 마저 내놓으면서 이제는 확연한 하락세로 들어섰다.

기술적분석법 중에서도 오래된, 전통적인 캔들분석을 믿는 사람들은 시장의 균형을 중시한다. 캔들의 모양을 관찰하여 매수-매도세간의 균형을 알아내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주 마지막 날, 4월17일에 만들어진 캔들은 전형적인 하락장의 양상이다. 몸통은 작고, 위쪽으로 긴 수염이 달려있으니 말이다. 긴 윗수염은 반등할 때마다 강력한 매도물량이 쏟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도세에 밀려서 환율은 추락하였고, 그 결과 차트에는 긴 수염으로 ‘흔적’만 남았다.

일목균형표에는 이미 추세가 바뀌었고, 캔들에서도 매도세가 완연하다. 지지를 기대하였던 1,090원도 맥없이 물러난데다 되레 1,100원은 저항선으로 작용한 형편이니 그야말로 고립무원이다. RSI 등의 기술적지표들은 ‘바닥’권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매수하라는 신호는 내지 않고 있다. ‘콜돌이’들은 기댈 곳이 없다. 달러는 아무래도 더 하락할 운명일상 싶다. 나 역시 “반등할 때마다 팔고 싶다”고 주장하는 형편.

달러-엔 차트도 ‘달러 롱’의 근거로 삼기에는 미덥지 못하다. 122까지 치솟던 달러-엔은 어느새 118선 언저리까지 주저앉았다. 그나마 당장에는 구름 하단의 지지로 버티고 있으나 아무래도 위태롭다. 달러 인덱스 역시 상승추세에 슬슬 금이 가는 꼴. 따라서 하다못해 단기적이라도 달러 인덱스며 달러-엔, 그리고 달러-원은 그동안 상승세에서 벗어나 조정국면 혹은 하락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원이야 엔-원을 신경 써야겠으나, 달러-엔이 저처럼 밀리는데 크게 힘이 될 것 같지 않다. 1,070원이 직전저점이자 지지선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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