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부가 부진한 내수 회복을 위해 또 한 번 경기 부양책을 동원할 태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주 IMF 춘계회의를 위해 방문한 미국 워싱턴 출장길에서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금융시장은 최경환 경제팀이다급해졌다는 방증으로 해석하면서 금리를 아래 쪽으로 빼는 등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부총리의 발언이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가 인하의 시그널로 읽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 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동원된 각종 대증요법식 경기 부양책은오히려 내수기반만갉아먹은 것으로 나타났다.정부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동원한 대책이 가계의 이자소득 축소 등으로 이어져 가처분 소득을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은이 발표한 자료 등을 보면 가계·기업·정부 등 경제주체들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소득인 국민처분가능소득(NDI)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인 가계소득분배율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1990년 73.5%였던 가계소득분배율은 지난해 65.7%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기업소득분배율은 1990년 4.6%에서 2000년 2.0%로 감소한 뒤 2014년 7.8%로 급상승했다.

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가계가 처분가능소득이 늘지 않아 소비를 늘리지 못하니 경기가 살아날 리가 없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가 연 1.75% 수준까지 내려서면서 가계의 이자소득이 형편없이 쪼그라들었다. 순이자소득이 ND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9% 수준에서 2014년 0.1%로 줄어들었다.

이자 수입 감소로 처분가능 소득이 준 가계는 세부담 측면에서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2000년대 들어 직접세 증가율은 7.8%를 기록해 가계소득 증가율 5.6%를 웃돌았다.

가계는 소득이 늘지 않았지만 세 부담만 늘어나는 등 경제주체 가운데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 당한 셈이다.

경제 주체 가운데 기업은내부유보금이 1천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법인세를깎아주고 달러-원 환율 등을 수출기업 등에 유리하게 운용한 결과다. 기업은 주머니가 두둑해졌지만 쉽게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가계의 소비가 부진한 탓에 기업도 투자를 해서 초과 이윤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도세수 결손 규모가 2012년 2조1천억원, 2013년 8조5천억원, 2014년 10조9천억원 등으로 확대되면서 재정을 적극적으로 지출하지 못하는 등 내수 회복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전문가들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모닥불에 휘발유를 뿌리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지적하고 있다. 불길을 더 키우려면 가계소득 확대 등 땔감을 보충해야 하는 데 대증요법식 경기부양이라는 휘발유를 끼얹으면서 일시적으로 불길만 커졌다가 사그라지는 현상과 같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정부와 통화 당국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과연 금리를 더 내리면 가계 가처분 소득이 늘고 기업의 투자도 늘어날까.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가계의 부채 증가로 이어진다면 우리 경제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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