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월가에서 퍼지고 있다. 미국 경제가 기대했던 것만큼 순항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작년에 4%대의 고성장세를 보였으나 1분기에 발생한 한파의 영향을 극복하지 못하고 각종 경제지표가 꺾였다. 가파르게 진행된 달러강세 영향으로 미국 경제의 온기가 식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경제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금리인상에 대한 연준의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월가 일각에선 연내 금리인상 무산설도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그러나 연준 고위 당국자들은 이러한 월가의 연기론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금리인상 연기론을 빌미로 국제금융시장이 과열 상태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미국 주식시장에선 나스닥지수가 5천선을 돌파했고 다우지수와 스탠더드 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랠리를 펼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경기부양책 변수가 더해져 전 세계 증시의 거품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연기와 중국 증시의 급등이 어우러져 세계 증시가 과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채시장에서도 금리인상 연기론을 반영해 국채값이 급등하고 있다. 유럽은 양적완화로 이미 주요 기물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지 오래다.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정부가 채권을 발행할 때 이자를 주는 게 아니라 보관료를 받는다는 뜻으로 비정상적인 금융 상황임을 의미한다.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연준 입장에선 이러한 거품이 주요 금융시장에 형성되는 게 부담스럽다. 거품이 한 번에 터져 2008년 같은 금융위기 상황이 오는 걸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 시장이 과열되지 않고, 한편에선 공포에 빠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관리하는 게 연준의 책무다. 마치 샤워기의 온도를 너무 높이지도, 너무 낮추지도 않고 적당한 상태를 유지하는 걸 연준은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장과 연준이 단절상태(디스커넥션.disconnection)에 있다고 우려한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참여하는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과 시장에서 보는 금리 전망이 현격히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내한한 션 로치 국제통화기금(IMF) 홍콩사무소 대표는 연준 위원들이 보는 금리 전망이 시장의 전망보다 100bp 가량 높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연준보다 금리 인상에 대해 더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와 달리 연준이 금리인상 시기를 늦추지 않는다면 시장엔 일대 혼란이 불가피하다. 과열된 주식시장은 급격히 냉각될 것이고, 국채시장은 테이퍼 탠드럼(taper tantrum.돌발적 움직임)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문에 이번 주 예정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던질 메시지가 주목받고 있다. 디스커넥션 논란이 깊어지는 가운데 연준이 시장의 금리인상 지연 기대에 제동을 걸지, 수수방관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준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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