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한화그룹과 김승연 회장은 내년에 나란히 환갑을 맞는다.

60년을 넘어 '100년 기업'으로 치닫기 위해 외형 확장에 좀 더 골몰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화그룹의 생각은 다르다.

그만큼 내년 경기 상황이 좋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서다.

기존 사업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내년에는 내실 다지기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게 한화그룹의 계획이다.

장일형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사장은 지난 21일 기자단 송년회에서 "내년에는 매출과 이익 증대 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재무안정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내년 한화그룹의 전체 투자 규모는 올해와 비슷한 2조원에 다소 못미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동양생명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금융계열사인 대한생명의 자체 결정일 뿐 그룹차원의 전략적 목표에 따른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내년 그룹 투자에는 동양생명 인수와 관련한 비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해 온 태양광 사업은 기존의 투자는 그대로 유지하되 일단은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과잉공급으로 인한 전세계적인 태양광 업황 부진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태양광 사업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기업들이 최근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취소하는 것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동안 한화의 태양광 사업 확장 기조는 숨가쁠 정도의 속도를 내왔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8월 세계 4위의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인 중국의 솔라펀파워홀딩스(현 한화솔라원) 지분 절반을 4천300억원에 인수했다. 미국의 태양광 기술 개발업체인 1366테크놀러지스 지분도 6.3%를 인수했다.

올해도 미국의 태양광 기술벤처기업인 '크리스탈솔라'의 지분 일부를 1천500만달러에 사들였다. 미주법인인 한화인터내셔널은 미국 '원루프에너지'의 지분 일부를 800만달러에 매입했다.

앞서 미국 실리콘밸리에 태양광 연구소를, 태양광 발전사업을 전개해 나갈 한화솔라에너지를 각각 설립했다. 지난달 말에는 태양광발전소도 준공했다.

폴리실리콘부터 잉곳, 웨이퍼, 태양전지, 그리고 모듈까지 아우르는 태양광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일궈 나가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밑바탕이 됐다. 김 회장은 지난 10월 창립기념식에서 "반도체나 자동차, 조선업처럼 태양광 사업을 대한민국을 대표할 또 하나의 미래산업으로 성장시키려는 큰 꿈을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단행된 정기 임원이사에서는 장남인 김동관 그룹 회장실 차장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승진시켰다.

한화는 일단 내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에 연산 1만t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그대로 가져갈 예정이다.

다만, 이후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속도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어려운 경기 전망에도 한화가 태양광 사업에서 선두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유지하겠지만 재무에 악영향을 미치면서까지 투자를 진행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도 대규모 M&A가 없었던 것에서 보듯이 한화와 한화케미칼의 부채비율이 190%와 140%를 넘어선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기존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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