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전의 높은 성장률 벤치마크 버려야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의 경기둔화에도 단기적으로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을 통해서 경기를 부양할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유럽의 재정문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게 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이창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ADB 경제전망' 배경 브리핑에서 "선진국의 경기둔화가 아시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유럽의 재정 우려가 현재 수준에서 더욱 악화하지 않는다면 아시아 개발도상국은 전체적으로 올해와 내년까지 7% 정도의 성장 모멘텀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아시아의 성장전망을 내렸으나 이는 아시아 내부적인 문제라기보다 외부의 불확실성 증대와 선진국의 재정긴축에 따른 선진국의 수입수요 감소 등에 따른 것"이라 "전체적으로 성장에서 빨간 불이 켜진 정도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와 한국의 성장률을 하향조정한 이유에 대해 "선진국의 경기둔화가 아시아 중에서도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수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서 성장률을 하향조정한 폭이 다소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중국 정부의 목표치인 7.5%보다 높은 8%대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고, 한국 경제도 크게 나쁘게 보는 것이 아니라 수출이 둔화되는 데 따른 영향이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에 대한 질문에 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레벨에 대해서 말하기 어렵지만, 실질 이자율이 제로거나 마이너스 상태"라며 "이는 아시아지역의 통화정책이 상당히 팽창적이라는 의미이고, 아시아 국가들이 금융위기로 성장률이 크게 낮아지지 않았음에도 적극적으로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경제성장률로 가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면서 "당시 경제성장률은 미국과 유럽의 거품에 의한 것으로, 과거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하는 것을 버려야 좋은 경제정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시아 통화정책도 지금은 긴축할 모멘텀이 왔다"면서 "유가가 여전히 높은 데다 명목 인플레이션이 낮아졌음에도 코어 인플레이션은 안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수요압력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한은이 관망(Wait&See)'하고 있는데, 이는 잘하고 있는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은행이 디레버리징과 재정긴축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함께 안고 있는데, 유럽은행의 디레버리징에도 아시아에서는 신용경색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유럽은행이 아시아에서 떠난 자리를 미국과 일본 은행들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유럽 재정문제가 완벽하게 끝나지 않았으나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게 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 국가들이 합의된 재정긴축안을 국회나 정부가 어떻게 이행하느냐가 중요한데, 지금은 시간을 벌어줬다는 의미가 있으며 1~2년 뒤에 예상했던 경로대로 부채가 감소하고 재정상황이 개선되느냐가 중요하다"며 "만약에 그렇지 못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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