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유럽발(發) 재정위기로 내년 경기 상황이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면서 조선사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잇따른 수주 취소를 경험하면서 막대한 현금을 소진했던 세계 1위의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최근 노르웨이의 프레드올센에너지는 이전에 체결한 드릴십 1기에 대한 건조 옵션계약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현대중공업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옵션계약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 것이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대중공업은 그간 드릴십 건조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컸지만 올해는 '빅3 조선사' 가운데 가장 많은 드릴십을 수주했다.

올해 전세계에서 발주된 33기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3분의1인 11기를 싹쓸이 할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전해진 드릴십 옵션계약 미행사 소식은 불길한 전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낳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져 해운업황이 악화되면서 컨테이너선 등 일반 선박의 수주가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나마 실적을 지탱해 준 것이 고부가 선종인 드릴십 등 해양선박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불확실한 경기 상황에 대비해 '선택과 집중'을 최선의 전략으로 삼을 예정이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가스선이나 드릴십과 같은 특수선종에 대한 발주는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 부문에서의 기술경쟁력은 더욱 높일 계획이다.

고효율의 선종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력을 키워 경쟁력을 높인다면 오히려 고부가 특수선종 시장에서 세계 1위의 위상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와 함께 비조선 부문의 경쟁력과 역량도 한층 더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2008년의 위기를 다시 경험하지 않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2008년 말 매출액 기준으로 45.5%에 달했던 조선사업은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34.5%로 줄었다.

해양ㆍ엔진기계ㆍ건설장비ㆍ전기전자시스템ㆍ플랜트 등으로 나뉘었던 사업포트폴리오에는 그린에너지ㆍ정유ㆍ금융ㆍ선박부품 등이 추가됐다.

건설장비 사업은 올초 계획대비 100%가 넘는 성과를 보이고 있고, 전기전자시스템 사업중 변압기 부문도 성과가 좋다. 이 부문에서의 수주 확대를 위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연결기준으로 현대중공업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하는 정유사업은 내년에 유동성을 개선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부문이다.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IPO를 통해 유입될 유동성을 차입금을 갚는데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경기 불안에 든든한 힘이 될 수 있다.

다만 신사업으로 추진중인 풍력과 태양광 등 그린에너지 사업의 가시적인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태양광 사업 투자는 일단 접어둔 상태다.

이에 따라 내년도 투자 규모도 올해 수준인 2조2천억원 정도로 유지할 예정이다.

일단 내실을 튼튼히 다지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에서 크게 벗어나는 영역의 무리한 인수합병(M&A)도 자제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내실을 다지면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사업 기회를 잡는데 주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pisces738@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