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중국이 위안화 환율의 변동 범위를 넓히기로 하면서 당분간 위안화 절상에 대한 베팅은 매력을 잃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환율의 일일 변동폭을 0.5%에서 16일부터 1%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위안화 환율은 앞으로 매일 인민은행이 정하는 위안화 기준환율에서 상하 1%의 범위 내에서 변동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 기대에 결정타를 날렸다고 평가했다.

위안화 변동폭이 넓어진다는 말은 위안화 환율이 위쪽이나 아래쪽 어느 방향으로든 더 많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미 올해 들어 위안화는 달러화에 0.14% 하락했다. 이는 위안화 절상 기대가 줄어들 이유 중 하나가 된다.

위안화 절상에 대한 투자에 따르는 기대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면 이 베팅은 매력을 잃게 된다.

더불어 자라나는 역외 위안화 채권 시장에 대한 투자와 위안화를 추적하는 아시아 통화, 홍콩 항셍지수 상장 기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본토 기업에 대한 투자는 곧 위안화 가치 상승에 대한 투자이기도 했다.

따라서 위안화 절상 기대가 사라지면서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됐다.

WSJ는 이번 조치가 위안화 환율이 균형 환율에 가까워진다는 중국 정부의 자신감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이는 주요 인사들의 최근 환율 관련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믿음을 뒷받침할만한 이유도 있다.

중국의 무역수지는 올해 1분기 6억7천만달러 흑자로 크게 줄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장기 경상흑자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동시에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의 개혁 의지를 확인시켜주기도 한다.

정부 주요 인사들은 금리 정상화 가능성을 언급해 왔으며 더 자유로운 환율 결정 메커니즘을 실현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이 의지가 드러난 가장 최근 사례가 바로 환율 변동폭 확대다.

이러한 변화는 투자 유치와 수출 주도형 경제의 지지대를 치워버리는 꼴이 된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가 줄곧 강조해왔던 리밸런싱(재균형)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내수를 늘리는데 집중할 것이라는 기존 발언을 다시 상기시킨다.

WSJ는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이 위안화 절상이라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확실했던 베팅 하나를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더 유연하고 시장결정적인 환율 덕분에 중국 경제 성장세가 더 지속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myta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