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연락처 dollar@kita.net

▲미국의 어떤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대부분 맞벌이 부부인지라 아이 키우는 문제가 가장 컸던 터. 특히 중요한 모임이 있어 부부 동반으로 외출할라치면 아이 맡길 곳이 없어서 모두 고심하였다. 그러다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어 어린아이가 있는 맞벌이 부부들이 회원이 되는 계를 조직하였다. 그리고 회원이 주말이나 휴일, 집에서 쉴 때 다른 회원의 아이를 돌보아주면 대가로 쿠폰 한 장을 받도록 하였다. 나중에 자신의 아이를 맡겨야할 경우, 앞서 받은쿠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아이 맡기는 쿠폰’을 매개로 하여 시간이 나면 다른 사람의 애를 봐주고, 대신에 자신이 필요할 때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시스템이 아주 잘 돌아갔다. 아이 때문에 외출하지 못하는 일은 사라진 듯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문제가 나타났다. 휴가철이 다가오자 자신의 아이들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경우를 대비하여 사람들이 쿠폰을 비축하려했기 때문. 자신의 아이를 맡기면 자신의 쿠폰을 소모하므로 외출을 삼가고 다른 회원의 아이를 서로 맡으려고 애를 썼다. 쿠폰을 사용하려는 회원보다 쿠폰을 받으려는 회원들이 늘어나면서 쿠폰의 공급이 부족해졌고, 시스템이 제대로작동하지 못하였다. 위기가 찾아왔다.

운영위원회가 소집되었고, 논의 끝에 해결책이 제시되었다. 결론은 단순했다. 모든 회원에게 일률적으로 쿠폰 5장씩을 배분하는 것이었다. 쿠폰이 풍족해지자 그것을 아끼기 위하여 외출을 삼가는 일이 사라졌다.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맡기려는 회원들이 늘어났고, 쿠폰의 공급도 원활해졌다. 시스템은 다시 활기차게 돌아갔다.

노벨 경제학상에 빛나는 폴 크루그만(Paul Krugman)이 쓴 <불황의 경제학>에 나오는 예화이다. 경제현상을 쉽게 설명하기 위하여 사용한 예인데, 이야기에서 회사를 국가로, 쿠폰을 화폐로 바꾸면 바로 실제 상황이 된다. 결국 크루그만의 주장인즉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고 불황이 닥치면 ‘돈’을 풀어 소비를 유도하면 된다는 것이다. 케인즈가 일찌감치 설파한 ‘저축의 역설’에서처럼 사람들이 움츠려들어 소비하지 않고 저축을 늘릴수록 되레 경제는 살아나지 못하는 법이다. 소비가 줄어드니 기업의 매출이 감소하고, 그러면 기업은 임금을 깍거나 고용을 줄이고, 사람들은 자신의 일자리가 불안해지니 더욱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릴 수밖에 없으니...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 돌보아주기 계’의 회원들이 쿠폰을 비축하면서 시스템이 잘 돌아가지 않은 것과 똑같다.

실제로도 각국 정부는 경기회복을 위하여 돈을 푸는 방식을 종종 사용한다. 미국의 양적완화가 대표적이고, 유로존의 LTRO, 일본의 자산매입 등등... 이름만 바꾸었을 뿐 내용은 매한가지이다.

그런데 경기가 잘 돌아가지 못하는데도 정부가 돈을 풀지 못한다면 어떨까? 그렇다. 경기가 회복될 리 없다. 그리스가 바로 그 짝이다. 그리스는 올해로 연속 5년째 마이너스 성장인데, 그럼에도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하여 강력한 긴축재정 정책을 사용하여야 한다. 긴축정책에서는 돈을 풀 수 없다. 돈을 풀지 않으니 경기가 살아날 수 없고,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세금이 늘지 않는다. 세금을 많이 거두어야 재정적자가 줄어드는데, 이래서는 영원히 재정적자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안타깝지만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도 같은 처지이다. 유럽 재정위기... 대체 방법이 없다. 답답하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유럽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코스피지수의 차트를 보면 좀 낫다. 그동안 나는 내내 시장에 대하여 ‘안 좋은 소리’만 되풀이하였던 터. (그래서인지 내 글의 클릭수가 좀 줄어든 것 같다. 원래 귀에 거슬리는 소리는 누구든 듣기 싫은 법이다.) 뭐 ‘인기’나 클릭수에 연연해서가 아니라, 오늘은 오래간만에 희망찬, 밝은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기술적분석은 시장의 심리를 읽는 일이다. 시장의 심리가 좋으면 그게 고스란히 상승추세로 나타나는 법이고, 반대로 시장의 분위기가 나쁘면 차트에 영락없는 하락세로 반영되기 마련이다. 추세와 동반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인지라 시장심리를 읽는 것이 돈을 버는 지름길임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사설이 길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여 요즘 코스피시장의 분위기는 좋다. 하다못해 단기적으로라도 상승세가 엿보인다. 이번 주는 오를 공산이 높다.

시장에는 호재와 악재가 공존하고, 또한 같은 뉴스일지라도 호재나 악재로 각각 해석된다. 예컨대 “미국 양적완화 없다”는 뉴스가 “경기부양하지 않으니 악재”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인위적인 경기부양 없이도 괜찮을 만큼 요즘 경기가 좋다”고 풀이하면 호재로 바뀐다. 어떻게 해석할지 여부는 시장분위기에 달렸다. 역으로, 뉴스를 해석하는 방법을 보고 시장 분위기를 유추할 수 있다. 악재를 호재로 받아들인다면 시장은 분명 상승세이다.

중국 이야기인데, 지난 목요일 미국에서는 1분기 중국 성장률이 9%라는 루머가 돌면서 주가가 올랐으나 실제로는 8.1%에 불과하였다. 의당 우리 증시는 그 뉴스를 접하고 주가가 폭락하여야 마땅하였다. 그런데 시장은 그 뉴스를 되레 지준율 인하 등 중국당국의 경기부양이 기대된다는 쪽으로 해석하였다. 악재가 도통 힘을 쓰지 못하였던 것 - 앞서 설명하였듯 그만큼 시장의 분위기가 좋다는 증거이다.

차트로도 상승세가 느껴진다. 코스피지수는 일목균형표 구름 안으로 들어가는 위기를 겪었으나 지난 주말 기준으로 다시 구름 밖으로 튀어나왔다.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다. 또한 그동안 내내 매도신호만 나타내면서 속을 썩이던 스토캐스틱 등 단기지표들이 드디어(!) 매수신호로 돌아섰다.

그래서.... 너무 비관하지는 말자고 주장한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큰 폭의 상승세가 당장 나타난다는 뜻은 아니다. 거래량으로 살핀다면 시장의 에너지는 취약한 편. 그런데다 미국의 애플이 고점에서 주춤거리면서 조정 양상이고, 우리나라 삼성전자나 현대차 역시 똑같은 모습이라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상승세이로되, 상승세의 힘이나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위로 2,050이라는 저항선이 너무나도 강력하다. 이 저항을 무너뜨리는 본격적인 상승이 나타나려면 거래량이 6억 주 이상은 되어야한다. 이번 주 역시 지난주처럼 지루한 모습이겠으나 약간 위쪽으로 움직일 공산이 높다는 정도?

(달러-원 주간전망)

환율의 경우에도 이번 주를 전망하면서 중국을 들먹이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우리나라에 가장 가까운 경제대국이면서 수출이건 수입이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그런데 오늘은 그것보다 주말에 나온 중국 위안화 변동폭 확대 뉴스가 초점이다.

이론적으로 따져 환율의 변동폭을 늘린다고 그 나라 통화가 반드시 절상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외환시장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변동폭 확대=위안화 절상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리고 위안화가 절상될 경우 우리나라 달러-원 환율에도 즉각 절상압력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차트로는 어떨까? 지난주 이 칼럼에서 나는 달러-원 환율이 일목균형표 구름 하단의 지지를 받고 있으나, 현재 구름 안에 갇힌 상태라고 말하였다. 구름에 갇혀 있는지라 아래로도 잘 내려가지 못하겠지만 위로도 큰 폭의 상승 또한 예상하기 어렵고, 결국 지루하고도 답답하게 아래로 1,125원 언저리, 위로는 1,135원 부근에서 오락가락할 전망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번 주라고 별반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달러-원은 여전히 구름 안에 갇혀 있을 게고, 따라서 답답한 움직임을 되풀이하겠다. 다만 앞서 설명하였듯 중국 변수를 고려하고, 아울러 차트에 단기지표들이 매도신호로 나타나고 있는 점도 감안하여야 한다. 그래도 달러-원이 아래쪽으로 움직일 공산이 높다는 말이다.

코스피지수에서는 단기지표들이 내내 매도신호였다가 드디어 매수신호로 돌아섰는데, 달러-원의 경우는 반대로 단기지표들이 마침내(!) 매도신호로 바뀌었다. 특히 환율은 지난주 후반에 구름 밖으로 살짝 얼굴을 내밀었다가 다시 구름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고, 그 과정에서 매도신호를 얻어맞는 봉변을 당하였다. 바로 지난주 목요일, 달러-원 차트에서 만들어진 캔들패턴이 그것이다. 저녁별(evening star)인데, 상승세가 며칠 이어지다가 위로수염이길게 달린 음선이 만들어진지라 전형적인 상승-하락 추세전환의 신호가 된다.

북한의 미사일도 발사되었으니 “지정학적 리스크 운운”할 일도 사라졌다. 구름 안이어서 크게 움직이지는 않겠으나 아무래도 달러-원은 ‘숏’ 쪽으로 운용하고 싶다. 구름 하단이 1,121원인지라 그런 정도가 하락 목표의 최대치일 터.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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