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금융시장의 지각변동이 시작된 느낌이다. 돌발적인 세계 금리폭등이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오랜 기간 지속됐던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금리상승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독일의 국채금리가 급등세를 타면서 미국 등 선진국 국채금리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아시아 등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금리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고채 금리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금리 상승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방아쇠 역할을 한 건 국제유가의 반등이다. 유가와 금리는 과거에 큰 상관관계가 없었으나 지금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가가 오름으로써 금리 하락의 원인인 디플레이션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배럴당 40달러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60달러선으로 반등하면서 세계적인 물가 하락이 멈출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유럽 쪽의 기대가 커지면서 추락세를 거듭하던 유럽의 국채금리도 반등하고 있다.

그러나 세일가스 혁명과 세계 경기둔화 우려, 이란의 원유공급 증가 등으로 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더 오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가의 하락이 다시 시작될 수 있고, 그러면 금리도 따라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위로 가든 아래로 가든 유가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금리의 급등과 함께 주식시장도 거품이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증시는 금리급등 여파로 큰 폭의 추락을 경험했다. 특히 중국 증시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8% 넘게 뻐질 정도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주식시장이 고평가됐다는 발언을 한 영향으로 미국 증시도 휘청거렸다. 아시아 신흥국들도 글로벌 투자자금 유출 우려로 큰 폭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주식과 채권이 덩달아 추락한 것을 중요한 변곡점으로 해석한다. 돈풀기 정책 후광으로 주식과 채권 등 자산시장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는 것이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고, 내년에는 유럽과 일본도 돈풀기 정책의 강도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동성 랠리의 종료를 대비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다른 한편에선 이번 채권·주식 폭락을 일시적인 조정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에 '필요한 조정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금리인상 시기를 내년으로 늦출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자산시장의 엔진 역할을 한 유동성이 계속되는 한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큰 틀의 방향을 보면 자산시장의 호시절은 끝물을 향해 가고 있다는 분석이 타당해 보인다. 이제까지 주식.채권값 상승의 원동력은 미국의 돈풀기였으나, 그러한 여건이 마무리될 날이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인상의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글로벌 자산시장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찌됐건 금리인상의 시기, 속도 등 미국 연준의 선택이 세계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할 전망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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