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스페인에 대한 우려로 유로존 위기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시 한번 해결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문가들을 인용해 16일(미국시간) 보도했다.

NYT는 최근 프랑스 대선 경쟁에서 ECB의 역할 확대를 압박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중앙은행으로서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ECB로서는 섣불리 행동에 나설 경우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다는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 ECB에 또다시 도움의 손길을 기대하는 것은 스페인의 국채금리 상승으로 유로존에서 위기의 불길이 다시 타오를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스페인은 오는 17일과 19일 예정된 두 차례의 국채 입찰에서 55억유로를 조달할 예정으로, ECB가 스페인 국채 매입에라도 나서준다면 국채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부담을 한결 덜 수 있다.

그러나 ECB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금리가 오르는 와중에도 최근 5주 연속 유로존 국채 매입에 나서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ECB가 스페인 국채 매입을 시작할 가능성은 있지만, 스페인 정부가 성장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추가 조치를 약속해야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신문은 ECB가 실시한 지난 두 차례의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도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일련의 개혁 조치를 약속한 후에야 실시됐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오는 22일 대선 1차 투표를 앞둔 프랑스에서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가 ECB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나섰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없는 선거 전략상의 몸짓에 불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사전 여론조사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사르코지 대통령이 ECB에 인플레이션 억제뿐 아니라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의무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주장은 유럽연합(EU) 조약의 수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27개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워싱턴 소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제이콥 펑크 커크가르드 연구원은 "EU 조약이 수정될 가능성은 '제로'다"면서 "이는 사르코지 대통령과 올랑드 후보도 모두 아는 사실로, 대선이 낳은 연극 같은 일"이라고 꼬집었다.

슈테판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ECB에 대한 독일의 입장과 ECB의 독립적인 역할은 프랑스도 알고 있는 사실이며, 오랫동안 변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에 지속 가능한 성장이 필요하다는 데는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ECB의 역할이 프랑스의 대선에서 이슈로 떠오른 것은 재정 긴축과 구조조정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으로 정치권이 역풍을 맞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다른 나라들에서도 각국 정부들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ECB는 여전히 인플레를 우려하고 있어 기준금리 인하나 또 다른 LTRO 같은 조치가 몇 달 안에 단행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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