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검찰이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혐의로 불구속기소하면서 한국거래소가 하이마트에 대해 어떤 처분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16일 한국거래소가 공시를 통해 하이마트 주권 매매에 제동을 건 부분은 하이마트가 2005년 1차 M&A 당시 홍콩계 사모펀드 AEP(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인수 자금 대출 과정에서 회사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 2천408억원의 손해를 입힌 부분과 아들을 하이마트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월급을 챙기는 등 회사자금 182억원을 횡령한 대목이다.

여타 불법ㆍ편법을 통한 세금 포탈과 AEP와의 이면약정으로 소액주주들에게 6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점, 2008년 2차 매각과정에서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하도록 도와준 대가로 현금 400억원과 하이마트 주식 40%를 액면가로 챙긴 혐의 등은 거래소 공시법상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지정 사유를 피해갔다.

거래소의 하이마트에 대한 판단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한화 사건 발생 당시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휴일 초고속 결정이라는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한화를 상폐 위기에서 건져낸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대기업 봐주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일단 그룹 오너의 횡령ㆍ배임 혐의가 상폐 심사 대상 검토로 직결됐다는 점에서는 한화와 하이마트 케이스는 같다.

한화의 배임 금액이 899억원(자기자본의 3.9%)이고 하이마트가 2천500억원(18.1%) 규모라는 점은 크게 차이가 난다. 배임 발생 당시 자기자본도 한화와 하이마트가 각각 2조3천억원과 1조4천282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격차가 존재한다.

자기자본 규모가 한화에 비해 작고 횡령과 배임 금액은 훨씬 커 향후 경영 투명성과 안정성을 위축시킬 오너 리스크가 늘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이마트는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법인에 포함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판단의 근거가 될 거래소 법규상으로는 하이마트가 상폐 심사 대상에 들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거래소 법규에는 실질심사 대상법인 선정 시 매출과 이익, 영업특성, 거래관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된 영업이 지속될 수 있는지 여부도 검토 대상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배임과 횡령 규모는 법규상 자기자본의 2.5%만 넘어가면 크든 작든 상장폐지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면서 "영업의 지속성과 경영 투명성, 재무 안정성 세 가지가 판단 기준"이라고 말했다.

하이마트가 지난해에 매출액과 영업익이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영업의 지속성 차원에서 하이마트를 상장 폐지 심사 대상에 올릴 명분은 약하다.

하이마트가 영위하고 있는 주된 사업인 전자제품 유통업의 사업 지속성도 선 회장의 배임 사건으로 손상 입을 가능성도 크지는 않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진의 불구속기소가 단기적으로 영업상 어려움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유통업 본연의 입지에 타격을 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학계 전문가는 "해당 기업 내에 오너가 마음대로 전횡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느냐가 경영 투명성이나 재무 안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또 "배임 횡령 액수가 절대적으로 크다면 상장폐지를 곧바로 고려할 수 있는 계량적 가이드라인도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yha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