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포스코가 신일본제철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대책 마련해 부심하고 있다.

신일본제철이 포스코에 소송을 걸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지난 12년간 전략적 제휴 관계를 유지해 온 양사의 협력관계가 틀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불거지고있어서다.

17일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신일본제철은 지난해 10월 포스코에 "전기강판 특허를 침해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는 구체적인 특허침해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은 채 "포스코에서 확인해보라"고만 언급돼 있었다.

포스코는 내심 불쾌한 심정을 숨길 수 없었지만 일단 신일본제철의 서한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데 분주했다.

그러나 최대한 외부에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내부 단속을 하는 동시에 법무법인의 법률자문과 함께 신일본제철이 제기한 특허침해 사항이 무엇인지 조사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신일본제철이 선점해 왔던 전기강판 시장에서 최근 포스코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자 이를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신일본제철이 특허침해와 함께 소송 검토 가능성을 언급한 것 아니겠냐고 관측했다.

포스코는 상황이 그다지 녹록하지 않다고 보면서도 신일본제철과의 제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최근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타법인 보유지분 매각 과정에서 신일본제철의 지분은 아예 매각 대상에서 뺐다. 포스코는 신일본제철 지분 3.5%를 보유하고 있다.

아무리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 해도 신일본제철과의 제휴 관계를 깨는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신일본제철 지분을 처음부터 매각 대상에서 배제됐다. 그만큼 제휴 관계를 잘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가 이처럼 신일본제철과의 제휴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은 경쟁업체들의 동향이 신경쓰이기 때문이다.

경쟁업체들은 적극적인 인수ㆍ합병(M&A)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코는 원가절감과 시장지위를 유지하는데 우군이 절실하다. 신일본제철이 그 역할을 해 왔다는 게 포스코의 판단이다.

12년 전 양사가 처음 제휴를 할 당시만 해도 조강생산 규모에서 포스코는 신일본제철을 제치고 세계 1위였다.

그러나 미탈이 지난 2004년 미국 최대 철강 기업인 인터내셔널스틸그룹(ISG)에 이어 캐나다와 우크라이나, 중국 철강회사들을 잇달아 인수하고 2006년에는 아르셀로마저 인수하면서 세계 철강업계 절대 지존으로 부상하자 포스코는 긴장했다.

미탈의 조강 생산량은 급격히 증가해 작년 기준으로 9천190만t으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런 와중에 신일본제철도 작년에 스미토모(住友)금속을 합병하면서 조강 생산량 기준 세계 2위(4천800만t)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포스코는 이 사이 중국의 바오스틸에도 밀려 4위(3천540만t)로 추락했다.

포스코로서는 무섭게 커진 경쟁업체의 '규모의 경제'에 맞서려면 전략적 제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실제 포스코는 그간 신일본제철과의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원료탄과 철광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공동구매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국내외 자원개발과 투자활동에서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M&A를 통해 몸집을 불린 신일본제철보다는 포스코가 상대적으로 전략적 제휴관계를 유지하는 게 더 절실할 것이다"며 "따라서 포스코는 신일본제철과의 특허문제도 최대한 원만하게 해결하려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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