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4.11총선은 선거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와 함께 많은 화제를 낳았다. 그 중 이자스민 의원의 당선이 눈에 띈다. 사상 처음으로 이주민 출신의 국회의원이 탄생한 것도 화제지만 그의 당선에 대한 일부의 몰지각한 인종차별적 공격이 더욱 부정적인 화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공약사항 자체가 없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에게 이주민에 대한 과도한 지원을 약속했다는 등의 악의적 거짓말을 진실인 양 포장하여 인터넷 상에 유포한 것은 차라리 애교로 보일 정도로 인종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는 모습이 다수 목격되었다.

사실 이러한 인종차별적 공격을 대하고 필자가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이럴 줄 알았다'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지 백인으로 대표되는, 한국보다 부유한 국가 출신의 외국인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그렇지 않은 외국인에겐 잔인할 정도로 무시하고 냉담하는 모습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는 즉각적으로 시정되어야 할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사회적으로 부끄러울 뿐 아니라 경제발전을 위한 고급인력 유치에도 큰 장애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세계은행(WB) 차기 총재로 선임된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은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무한한 자부심을 심어줬다. 그동안 세계은행 총재는 대부분 백인 주류층이었기 때문에 이번 새 총재 선임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이자스민 당선자를 바라보는 일부 삐뚤어진 시각으로 특정 인종의 한 부류가 김용 총재를 바라본다면 참으로 분통 터질 일이 아닐수 없다.

필자는 과거 서울소재 외국계 금융기관에 근무하던 서남아 출신 직원과 가까운 사이로 지낸 적이 있다. 서먹한 사이를 지나 가까워 지면서 그가 물어왔던 내용 중의 하나는 왜 한국 여성들이 자신들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가 였다.

해외 유수대학을 졸업한 엘리트이며 고소득 전문직종 종사자이므로 평소 받아보지 못한 무관심에 적잖이 서운한 표정이었다. 필자는 인종차별 외엔 다른 답을 생각해낼 수가 없어 곤란했다. 외국인을 싫어한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의 백인동료들은 무척 인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 직원의 외모 탓을 하고 웃고 넘어갔지만 우리의 인종차별적 성향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경우로 기억에 남는다.

자통법 시행 및 헤지펀드 육성 계획에 따라 우리 금융업계는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이 큰 변화를 효과적으로 수용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의 보유가 필수적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을 육성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인 중에 한가지는 세계시장을 잘 이해하고 국제금융시장의 전문가들과 동등한 실력을 갖춘 `전문인력'이다. 한국민 중에 그러한 인재가 없다면 일단 외국인이라도 우리 금융의 국제경쟁력을 위해 기용해야 할 판이다.

이는 사회전반적으로 해외의 경험 많은 인력의 유입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인력을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론 경쟁국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한국이 꼭 백인이 아닌 외국인들과도 열린 모습으로 서로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란 인식이 먼저일 것이다.

금융부문 보도를 오랜 기간 맡아왔으나 아직 한국을 자신의 근거지로 생각하는 외국 금융인력을 보지 못한 것은 필자의 인맥이 모자라서만은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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