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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중국의 자기라는 사람에게 여덟 명의 아들이 있었다. 그는 점쟁이 구방인을 불러 물었다. “애들의 관상을 보아주시오. 누가 복을 타고났습니까?” 구방인이 말했다. “막내 곤이 제일 좋습니다.” 자기가 기뻐하며 다시 물었다. “어떻게 좋습니까?” 점쟁이가 말하길 “임금과 같은 식사를 하면서(與國君同食) 일생을 마치게 될 것이요.”

훗날 막내 곤은 연나라로 갔는데, 불행하게도 도중에 도적들에게 잡혔다. 도적들은 젊은 아이니 도망갈 우려가 크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도적들은 곤의 다리를 부러뜨리고는 노예로 팔아넘겼다. 마침 큰 부잣집에서 그를 샀다. 곤은 문지기가 되어 살면서 그런대로 평생 고기를 먹으며 살다 죽었다(然身食肉而終) 한다.

'임금과 같은 밥을 먹는다'는 점괘에 당사자인 곤은 어땠을까? 이 이야기가 나오는 장자(莊子) 서무귀(徐无鬼)편에는 언급이 없지만 분명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구방인의 ‘예측’은 정확하였다. 실제로 막내아들은 임금처럼 평생 고기를 먹으며 살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예측대로 들어맞았지만 곤은 진정으로 행복하였을 것 같지는 않다.

지난 10일, 연합인포맥스는 국내외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4명을 대상으로 금통위 기준금리 전망을 조사하였다. 응답자 중 2명을 제외한 절대다수 전문가는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금통위는 금리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런데 예측은 맞았지만 시장의 그 누구도 행복한 것 같지는 않다. 금통위가 열린 지난 15일, 코스피지수는 그 전날 뉴욕시장의 상승세에도 13.83포인트 하락하였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코스피200지수 선물을 7천 계약 넘게 팔아치웠다. 기관들은 현물에서 2천600억 원 어치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하였다.

한국은행은 금리동결을 발표하면서 “경기개선 신호가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금통위의 발표를 보면서 나는 막내아들 곤을 떠올렸다. 그는 평생 고기를 먹었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시장도 그렇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코스피지수는 지난주에는 꽤 반등하였다. 하지만, 앞서 지적하였듯 금통위가 열렸던 금요일에 하락하고 말았는데, 종가가 밀린 것도 그렇지만 특히 캔들의 패턴이 더 중요하다. 그 전날인 목요일에는 시가(2,115)와 종가(2,120)가 별 차이가 없다. 따라서 캔들의 몸통(body)도 작다. 하지만, 금요일은 전혀 사정이 다르다. 시가(2,132)와 종가(2,106)가 크게 벌어지면서 긴 장대음선이 만들어졌다. 전날은 양선이었는데, 그다음 날은 음선이고, 특히 다음날 음선의 크기가 전날 캔들을 완벽하게 집어삼킬 듯한 양상 - 이는 ‘장악형(engulfing)’ 패턴이다.

더구나 이처럼 뒤쪽 캔들이 긴 장대음선으로 나타나는 장악형은 전형적인 하락반전패턴이다. “상승 끝, 하락 시작”을 예고하는 패턴이라는 뜻이다. 2주일 전의 주간차트에서도 장악형의 패턴이 나타났다. 이후 시장은 주간기준으로도 상승세에서 하락세로 돌아선 바 있다. 그런 장악형이 일간차트에서도 만들어졌다. 길게 말할 것도 없다. 시장은 지난주의 미미한 반등을 뒤로하고 재차 밀릴 위험이 높아졌다.

사실 나 같은 ‘차트쟁이’들은 차트 그 자체를 중시한다. 주가가 오를 만하니 오르는 것이고, 내릴 만하니 내리는 것이지 재료나 호, 악재 같은 뉴스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차트에서 주가가 ‘내릴 만하다’는 징조는 여기저기서 엿보인다. 금요일에 주가가 꽤 밀리면서 스토캐스틱이 제일 먼저 ‘매도’ 신호를 발생했다. MACD는 여전히 매도 의견이다. 지난주의 주가반등에도 굳건하게 4월 말에 발생한 신호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일목균형표라고 하여 다르지 않다. 전환선이 하락 반전한 데 이어 이제 기준선과 전환선이 역전되었다.

물론 아직 ‘대세’는 상승세이다. 구름이 붕괴됐다거나 후행스팬이 역전된 것도 아니기 때문. 다만, 기준-전환선 등의 움직임이나 지난주에 주장하였던 ‘파동론’으로 미루어보더라도 주가가 냉큼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어렵다. 시간이 더 필요하리라 판단된다. 아직 완벽한 V파동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특정한 목표를 계산하기는 어려우나, ‘한정가격’으로 본다면 대략 2,060선 정도를 하락세의 목표로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겠다.

(달러-원 주간전망)

달러-원 환율은 달러-엔 환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대통령이 거듭 엔저에 대하여 우려를 나타내었으니만큼 당국도 엔화가 더 밀린다면 마냥 손 놓고 있지는 않을 터. 하지만 정작 달러-엔은 최근 들어 답답할 정도로 움직임이 둔하다. 내가 이 자리에서 달러-엔은 “옆으로 길게 퍼진 구름에 갇혀있다”고 여러 차례 표현하였지만, 여전히 그 모양 그 꼴이다. 똑같다. 내내 옆으로만 길 따름이다. 추세가 없으니 예측하기도 어렵다.

반면에 달러 인덱스의 차트는 추세가 무너졌다. 그 당당하던 상승추세에서 모멘텀이 줄어들더니 급기야 일목균형표에서도 구름 아래로 내려앉고 말았다. 단순무식하게 말하여 일목균형표로 달러 인덱스는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유로-달러도 같다. 한때 1:1 패리티 이야기까지 나돌던 유로였는데 어느새 반등하여 1.14 수준이다. 일목균형표로는 구름을 상향돌파하였으니 오히려 상승추세로 돌아선 셈.

달러는 온통 약세다. 대외적인 여건이 이런 판이니 달러-원이 마냥 오르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지난주에 달러-원은 5월13일의 변화일을 전후하여 다시 밀리는 모습이다. 일목균형표 구름 아래에 있으니 여전히 하락세인 것은 분명한데, 그런데다 억지로 오르기도 만만치 않다. 설령 반등하더라도 앞을 가로막는 저항대가 너무나 막강하기 때문이다. 구름이 엄청나게 두텁다.

달러-원 일목균형표의 전환선은 상승하였으나 그게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오늘까지는 전환선의 상승리듬이 이어지겠지만 당장 내일부터는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 장중 1,078원선이 무너지면 즉각 전환선은 되밀린다. 또한 그렇게까지 달러-원이 당장 추락하지 않는다하여 나아지는 것도 없다. 이번 주 안에 5월13일의 고점 1,100.30을 경신하는 것이 키포인트. 그렇지 못한다면 마찬가지 결과가 된다. 전환선은 밀릴 수밖에 없고 결국 달러-원은 영영 하락세로 접어들 운명이다.

후행스팬도 역전되었다. 환율이 다시 오를 공산은 매우 낮아 보인다. 1,066원의 저점이 지켜진다는 보장도 없겠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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