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주 미술계에선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 경매가 큰 화제였다. 경매가격이 1억7천930만달러(1천967억원)로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러시아계 미국 추상화가 마크 로스코의‘NO.10'도 8천190만달러(896억원)에 낙찰됐고, 미국 팝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반지’역시 고액에 팔려나갔다.

미술품 경매시장의 과열은 전형적인 거품 신호다. 주식과 채권시장의 가격이 한계점까지 오른 가운데 대체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일 수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흐르고 흘러 미술품시장까지 도착했다는 것이다. 미술 작품은 돈 있는 자산가들의 절세·상속 수단으로 인기가 많은 자산의 하나다.

거품신호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회사 버라이존은 아메리카온라인(AOL)을 44억 달러(약 4조8천억원)에 인수했다. 화이자와 애브비 등 유명 제약사들의 M&A도 활발하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올해 M&A 규모는 무려 4천600억달러(500조원)다. 제약업계에선 이러한 M&A 광풍이 가져올 폐해를 우려하고 있다.

미술품 경매와 M&A 과열의 공통점은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에서 파생됐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거품 폭탄' 돌리기가 끝물에 도달했다는 강력한 경고 신호일 수 있다.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오기 전에도 비슷한 신호가 있었다. 당시 M&A시장은 사모펀드 바이아웃 광풍에 휘말렸었다. 당시 투자자들은 이것을 꼭지신호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가 대형 금융위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따지고 보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거품신호를 보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각국 주식시장은 이미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 오래됐다. 중국 주식시장에선 개인들이 빚내서 주식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전형적인 꼭지신호다.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의 국채금리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 이자를 물면서 돈을 빌려준다는 뜻이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정상적 금융환경과는 상반된 것으로 거품 경제의 한 단면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과열신호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상업용 빌딩, 쇼핑몰, 물류 창고 등에 큰 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올해 1분기 미국의 부동산 거래규모는 1천290억달러(140조원)로 200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다. 역사의 교훈을 잊으면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현재 각 금융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거품·과열 신호를 잘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미국 금융위기 전에 나타났던 과잉 유동성 부작용의 교훈을 잘 새겨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국제경제부장)

jang73@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