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시장의 과열은 전형적인 거품 신호다. 주식과 채권시장의 가격이 한계점까지 오른 가운데 대체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일 수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흐르고 흘러 미술품시장까지 도착했다는 것이다. 미술 작품은 돈 있는 자산가들의 절세·상속 수단으로 인기가 많은 자산의 하나다.
거품신호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회사 버라이존은 아메리카온라인(AOL)을 44억 달러(약 4조8천억원)에 인수했다. 화이자와 애브비 등 유명 제약사들의 M&A도 활발하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올해 M&A 규모는 무려 4천600억달러(500조원)다. 제약업계에선 이러한 M&A 광풍이 가져올 폐해를 우려하고 있다.
미술품 경매와 M&A 과열의 공통점은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에서 파생됐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거품 폭탄' 돌리기가 끝물에 도달했다는 강력한 경고 신호일 수 있다.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오기 전에도 비슷한 신호가 있었다. 당시 M&A시장은 사모펀드 바이아웃 광풍에 휘말렸었다. 당시 투자자들은 이것을 꼭지신호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가 대형 금융위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따지고 보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거품신호를 보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각국 주식시장은 이미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 오래됐다. 중국 주식시장에선 개인들이 빚내서 주식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전형적인 꼭지신호다.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의 국채금리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 이자를 물면서 돈을 빌려준다는 뜻이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정상적 금융환경과는 상반된 것으로 거품 경제의 한 단면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과열신호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상업용 빌딩, 쇼핑몰, 물류 창고 등에 큰 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올해 1분기 미국의 부동산 거래규모는 1천290억달러(140조원)로 200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다. 역사의 교훈을 잊으면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현재 각 금융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거품·과열 신호를 잘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미국 금융위기 전에 나타났던 과잉 유동성 부작용의 교훈을 잘 새겨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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