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채권시장 동향이 예사롭지 않다. 과잉유동성에 따른 가격거품 논란에 휩싸이면서 금융시장의 시스템리스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서울 채권시장 등 국내 금융시장도 경기전망과 자산가격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글로벌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자칫 흐름을 놓치면 낭패를 볼정도로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 중앙은행은 유동성 풀지만 시장은 아직도 목마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주도한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 OECD는 지난달 말 금융시장 위원회를 열어 각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자산가격의 버블 형성과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OECD는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통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있지만 신용도가 높은 국채 등에만 몰리면서 초저금리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저신용 섹터와 지역 등 정작 유동성이 흘러가야 할 부문에서는 기관투자자,브로커,딜러,정책당국 등이 시장 유동성 경색 조짐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저금리가 연기금 등 초가삼간 태울 것

OECD는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보험사와 연기금 등이 이제 한계 상황을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연준과 영국의 BOE 등은 향후 2~3년 안에 금리를 정상화하겠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장기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데 따른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생명보험사,공적연금,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등이 재무건전성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들 기관 대부분이 장기고정금리 형태의 부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등 유럽의 많은 국가의 연기금은 위험관리와 주식투자를 통한 수익률 제고에도 불구, 벌써 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금들은 연금부채를 시장 이자율로 할인해야 하는 탓에 저금리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 은행 손발 묶어 채권시장 리스크 증폭

채권딜러 역할을 하는 은행에 대한 자본규제 강화와 시장 투명성 강화가 유동성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시장의 투명성이 강화되면서 채권시장 조성에 필수적인 블록딜이 어려워졌다. 자본 규제로 다량의 채권을 장부에 보유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헤지펀드,은행,단기자금 운용회사 등의 자산운용 전략이 획일화되면서 딜러와 고객의 채권운용포지션이 유사해진 점도 유동성 리스크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운용포지션이 획일화되면 위기가 왔을 때 쏠림 현상을 심화시켜 패닉 패턴의 투매를 부추길 수 있다.

효율적인 헤징을 위해사용되는 신용·이자율 파생상품과 RP시장의 유동성이 감소하면서 시장참여자들의 운용 전략이 획일화된 것으로 풀이됐다.

채권 중개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은행의 자산 축소로 인력도 대거 교체되면서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더 구축된 것이란 풀이도 나왔다.

OECD가 경고한 글로벌 채권시장의 사정과 서울 채권시장의 처지가 닮아도 너무 닮았다. 서울 채권시장은 물론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OECD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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