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1년 넘게 치열하게 특허 소송전을 벌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CEO가 미국 법원의 명령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면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송전이 장기화하면서 양쪽의 피로감과 부담이 커진데다 소송의 의미도 퇴색해 이번 만남을 계기로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18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삼성과 애플 CEO는 조만간 직접 만나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을 맡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루시 고 담당판사가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협상에 나설 것을 주문했고, 양사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따라서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CEO는 앞으로 90일 동안 협상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물론 법원이 합의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협상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앞으로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양사 모두 협상에는 적극적으로 임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번 만남에서 양측이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룰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록 이번 만남이 법원에 의해 타의적으로 진행된 면이 있지만, 양사 CEO가 진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처음으로 가지게 됐다는 자체만으로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시기적으로도 삼성과 애플이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작년 4월 15일, 애플이 제소로 시작된 양사의 소송전은 이제 꼬박 1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전 세계 10여 국에서 30여 건 진행된 소송전에서 삼성과 애플은 '8대 10(항소심 등 모든 판결 횟수 기준)'의 전적을 기록하며 서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특히 양측 모두 자사의 특허권을 앞세운 공격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특허전의 의미는 퇴색되고, 피로도만 높아지고 있다.

또, 현재 주요 소송 대상인 단말기(아이폰4S, 갤럭시S2 등)가 점점 주력 제품에서 멀어지면서 소송전을 이어가야 할 명분과 필요성도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현재 유럽연합(EU)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각각 특허권 남용과 특허침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고, 다른 소송전 역시 대부분 손해배상 판결을 동반하는 본안 소송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도 양측에 모두 부담이다. 시간이 더 지날수록 금전적 타격이 큰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허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어느 한 쪽이 확실한 우위를 보이지 못한 채 소송이 장기화하면서 양사 모두 부담감만 커지고 있다"며 "그런 시기에 두 회사의 CEO가 직접 협상을 하게 된 만큼 전격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고경영자 간의 만남은 법원의 권고에 의한 통상적인 절차일 뿐 특허소송에 대한 삼성의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yuja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