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원화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조그만 변수에도 죽 끓듯 하던 원화가 이제는 웬만한 충격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통화로 거듭나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의 전일대비 변동률은 지난 1.4분기 중에 0.35% 수준에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4분기의 0.2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2월과 3월에는 각각 0.32%와 0.31%로 더 낮아졌다.









또 달러-원 환율의 일중 변동률도 0.44%로 지난 2007년 4분기 이후 최저치다. 그만큼 달러-원 환율의 변동성이 축소됐다는 의미다.

다른 통화와 비교할 때도 달러-원 환율의 변동성 축소는 두드러진다. 달러-원의 전일대비 변동률 0.35%는 주요 20개국(G20)에서 사용되는 15개 통화(사우디아라비아는 페그제로 제외) 중에서 4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달러-원 변동성이 8번째로 낮았던 것에 비해서 더욱 나아졌다. 특히 지난 2010년 달러-원 변동성은 G20 통화 중에서 4번째로 큰 변동성을 보인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은 1분기에 유럽 재정 우려가 크게 부각되지 않으면서 달러-원 환율의 방향성이 한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이 지난해 내놓은 각종 외환시장 건전성 조치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원화가 아시아 통화 중에서도 변동성이 크고 대외적인 변수에 가장 민감한 통화였으나, 최근 변동성이 크게 줄었다"며 "일방적으로 환율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발표한 선물환 한도, 과세, 은행세 등 이른바 외환시장 규제와 관련된 3종 세트가 발표되면서 변동성이 축소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환율 변동성이 축소됐음에도 달러-원 현물환 거래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외국환중개사를 경유해 거래되는 현물환의 일평균 거래량은 올해 1분기에 102억1천만달러로 지난 분기보다 12.9% 증가했다. 달러-원 일평균 거래량이 1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08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달러-원 변동성 축소가 외환시장의 참가자들에게는 꼭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특히 달러-원 환율의 변동성에 기대어 날마다 달러를 사고팔아야 하는 외환딜러들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은행권 한 딜러는 "당국이 환율 변동성을 줄이고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내놓으면서 달러-원이 아래위로 갇히는 형국이다"며 "수치상으로 현물환 거래량이 늘어났으나, 박스권 장세가 지속되면서 거래가 위축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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