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사업 '올인'…포트폴리오 조정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핵심부서를 중심으로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이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의 축소에 나섰다.

지난해 37년만에 적자를 기록한 이후에도 위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번지면서 체질 개선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ESS 담당 인력 16명을 대상으로 별도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현재 배터리사업본부 내에서 ESS를 담당하는 직원이 25명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인력의 60% 이상을 줄인 셈이다.

이미 ESS 담당 직원 8명이 지난 19일 퇴직을 신청한 상태로, 신청자들에 대해서는 오는 30일 퇴직 절차가 진행된다. 나머지 8명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직무 재배치 교육에 투입될 예정이다.

ESS 사업의 인력 축소는 전사 차원에서 진행 중인 특별퇴직과는 별개로 선제적으로 진행됐던 사안이다. 다만 특별퇴직과 시기와 맞물리자 SK이노베이션은 ESS 직원들에게도 동일한 수준의 퇴직 조건을 제공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의 한 관계자는 "ESS사업을 모두 정리하려는 차원은 아니다"며 "핵심사업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차원에서 B&I 사업 일부의 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까지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신사업들을 NBD(New Biz. Development) 사업에서 관리해왔다. 배터리와 I/E(정보전자) 소재, SCE(SK-Continental E-motion), ESS 등이 NBD 소속이었지만, 올들어 배터리 및 정보전자소재 사업에 좀 더 집중한다는 취지에서 B&I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그 과정에서 ESS의 위상도 확 낮아졌다. 그간 NBD 내 사업본부 형태로 존재했던 ESS가 B&I 사업 내 배터리 사업본부 산하로 이관됐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ESS사업이 수익성 악화에 허덕이자 결국 SK이노베이션도 관련 인력 축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올 초 신년사에서 "한계상황에서도 생존 가능한 수익구조로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서면서, '조직 축소'와 '실행력 제고'를 내걸고 지난 6개월간 진행된 조직 개편 작업의 결과다.

전일 SK이노베이션이 실시한 기자간담회에서 김홍대 SK이노베이션 B&I 총괄이 "수익이 크게 나지 않는 이상 ESS 사업은 소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SK이노베이션은 ESS 뿐 아니라 B&I 사업 전반에 걸쳐 조직 슬림화를 꾀하고 있다.

그간 추진해?던 사업들이 잇따라 보류·철회의 과정을 거치자 직무 재배치 교육을 통해 해당 인력들을 핵심 부서로 재배치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한 관계자는 "헬리오볼트 파견 인력들은 지난해 초 본사로 복귀했다"며 "직무재배치 교육을 통해 에너지·화학·B&I 부서 등으로 전환배치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은 신사업으로 추진 중이었던 태양광 사업을 중단키로 결정하면서 미국 태양광전지 제조업체 헬리오볼트의 매각에 나선 바 있다.

헬리오볼트는 SK가 지난 2011년부터 총 7천600만 달러를 투자한 사업으로, SK이노베이션과 SK테크놀로지이노베이션센터(SK TIC)는 헬리오볼트의 지분 47.9%를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매각이 불발에 그치면서 결국 올해 1월 청산에 돌입, 670억원 가량의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향후 태양광 사업의 재추진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는 게 SK이노베이션의 입장이다.

독일 자동차 부품회사인 콘티넨탈과 전기차 배터리 사업 합작을 위해 설립했던 SCE((SK-Continental E-motion)의 직원들도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당초 SK이노베이션은 콘테넨탈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주 및 기술 역량 공유 등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전략적 제휴에 나섰지만, 배터리 시장의 성장 속도와 양사간 시너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결국 해당 사업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SCE 직원들도 현재 직무 재배치 교육에 투입된 상태로, 본인의 희망을 반영해 타부서로의 이동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jw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