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성규 이현정 기자 = KB국민은행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일부 직원들은 퇴직을 신청하지 못하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고질적인 `채널 갈등' 이 다시 불거진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번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대동은행과 동남은행 출신들을 자격 조건에서 제외했다. L3(부지점장·팀장) 직급의 퇴직 조건을 '20년 근속이면서 1965년 이전 출생자'로 제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파고를 맞고 퇴출된 대동은행과 동남은행은 각각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에 넘어갔다. 당시 이들 은행은 자산·부채(P&A) 인수 방식으로 인수됐기 때문에 고용승계 의무는 없었다. 대다수의 인력이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는 상황에서 일부 고용된 직원들도 이전 근속연수는 보장받지 못했다.

현재 국민은행에 다니고 있는 대동·동남은행 출신들은 98년부터 새로 근속연수가 계산됐기 때문에 2018년이 되어야 '20년 근속' 조건을 채울 수 있다.

나이가 많아 희망퇴직을 하고 싶어도 채널의 제약으로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이들 출신 직원은 수십명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이 대동·동남은행과 비슷한 시기에 품에 안은 장기신용은행의 경우에는 두 은행과 달리 정상적인 인수·합병(M&A) 방식이었기 때문에 고용승계가 가능했다. 때문에 장은 출신들은 옛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 출신처럼 합병 이전 근속연수도 포함해 20년이 넘으면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다.

이오성 HR담당 부행장은 "대동·동남은행 직원의 경우 국민은행에 별도채용 됐다고 보면 된다"며 "이 경우 신규채용과 같은 의미여서 과거회사에서의 근속기간을 인정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희망퇴직금 지급 조건을 보면 임금피크제 직원들의 근속개월수가 과도하게 낮게 책정되어 있어 직원들 사이에 불만이 높다.

예를 들어 연봉 1억2천만원을 받는 임피제 적용 직원은 기본개월수 24개월이 적용돼 2억7천만원의 특별퇴직금을 받는다. 반면 일반 직원은 최대 36개월까지 적용돼 3억9천만을 지급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의 한 임피제 직원은 "나는 전직 지점장까지 했는데, 승진 못해 버티고 있던 후배(팀장급)보다 퇴직금 차이가 1억원 이상 난다"며 "임피제가 이렇게 박대 당할 줄 알았으면 그냥 버티고 있다 퇴직금이라도 많이 챙길껄 후회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도 "이번에 퇴직 신청을 안하면 앞으로는 임피 직원들도 일반직원과 동일한 업무를 시키겠다고 문서가 내려왔다"며 "월급은 절반도 안주면서 일은 똑같이 시킨다는 건 나가라는 뜻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한편, 국민은행은 지난 이날 희망퇴직 신청을 마감한다. 지난 22일부터 약 400~500명 가량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날 대거 몰린다 하더라도 600~800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노조와 사측은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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