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2012년 봄은 주가연계증권(ELS) 세상이다.

ELS는 펀드 환매 자금을 고스란히 빨아들이며 월 5조원 이상이 발행되는 `공룡 시장'으로 커졌다. `연 10% 초반 수익률이 무난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주식 투자자는 물론 은행 고객까지 더해졌다.

여기에 작년 하반기 유럽 우려로 급락했던 증시가 1,950선 위로 뛰어올라 좁은 박스권을 유지한 덕도 크다. ELS는 박스권에서 유리한 상품 구조를 가지고 있다.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고 조기상환되는 자금이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도에 들어섰다.

작년 상반기 `자금 블랙홀'이던 자문형랩을 연상시킨다는 말도 나온다.

▲ ELS 신기록, 또 신기록 = 3월 ELS 발행 규모는 2월 대비 8천703억원 늘어난 5조5천206억원을 기록했다. ELS가 생긴 이후 월 5조원 이상의 신기원을 연 것이다.

기존 2월 4조6천503억원도 최고 기록이었다. 1개월 만에 이를 바로 경신할 정도로 ELS는 현재 가장 `핫'한 상품이다. 기록은 가파르다. ELS 발행규모는 2008년 4월에 3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고 올해 2월에 4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1분기 ELS 발행 규모는 13조원을 넘어서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예탁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ELS 발행은 직전분기보다 72.8%나 늘어난 13조1천384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존 최대발행 금액은 작년 1분기 10조5천508억원이었다.

발행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원금 비보전형, 사모형이다.

원금이 깨질 수도 있는 원금 비보전형은 1분기 전체 ELS 발행의 75.6%를 차지했다. 직전분기보다 175.9%나 급증했다. 전액보전ELS는 19.8% 줄었다.

발행 방식으로 보면 공모 ELS가 5조5천13억원으로 41.9%를, 사모는 7조 6천371억원으로 58.1%를 각각 차지해 사모가 공모를 앞질렀다.

코스피가 횡보하면서 ELS의 원금손실 위험이 줄어든데다, 원금 비보전형이 더 높은 목표 수익률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끼리끼리 모여 하는 사모 ELS는 원금 비보전형 가운데서도 더 공격적인 상품 설계가 가능하다.

▲금리+α "이만한 상품 없어" = ELS가 인기를 끈 것은 단연 높은 수익률 덕분이다. 이는 증시 상황이 많이 도와줬다.

작년 하반기 유럽 재정위기 우려로 코스피가 급락했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반등은 코스피 1,950을 저점으로 좁은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자연스레 작년 하반기에 나온 ELS가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며 조기 상환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6개월도 안 돼 대부분이 1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냈다.

월 지급식과 에어백 ELS 등 신상품 출시라는 마케팅에 은행이라는 판매망이 도와준 것도 크다.

하철규 우리투자증권 상품지원부 차장은 "과거에 인기를 끈 랩이나 펀드가 지수 반등으로 손해에서 원금 회복으로 바뀌자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섰고, 이 자금들이 횡보장에서 제일 잘 팔리는 ELS로 고스란히 들어왔다"고 말했다.

하 차장은 "코스피가 1,000까지 밀리지 않으면 확률적으로 연 10% 초반의 수익률이 가능한 ELS가 대안이 됐고, 여기에 은행이 ELF나 특정금리신탁 형태로 ELS 상품을 많이 팔면서 시장이 확 커졌다"고 설명했다.

랩이나 펀드는 올라야 수익률이 좋다. ELS는 목표 수익률을 정해놓고 상환되는 구조여서 많이 오르고 내리는 것보다는 예상했던 적정 범위에서 지수가 움직여주면 수익을 확정지을 수 있기 때문에 박스권에서 인기가 좋다.

ELS의 가장 위험 요인인 녹인 베리어(원금손실한계선ㆍknock-in barrier)가 많이 낮아져 코스피 800, 900이 되지 않으면 터치하지 않는 상태인 점도 투자자들을 끌고 있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펀드 환매 자금의 ELS 투자가 직접적인 발행 증가를 이끌고 있다"며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수의 소규모 ELS 설정이 늘고 있는데, 방어적인 투자자들이 펀드 대신 지수에 투자할 대상으로 ELS를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기는 당분간 계속 = 기존 발행된 ELS의 상환이 활발해지면서 신규 ELS 발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월에 전체 상환 규모가 크게 늘었으며 공모 ELS 가운데서도 3월에 조기상환이 잇따라 나왔다.

작년 하반기에 나온 원금 비보장형의 상환 비중이 2월에 54.3%에서 72.6%로 급증했다. 3월에는 조기상환 비중이 79%로 또 뛰었다.

A증권사는 4월에도 주간 350억원 정도의 ELS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이 수준이라면 3월 최고치 경신은 장담 못하더라도 고공행진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한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작년 8월에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스텝-다운형 ELS의 조기상환이 미뤄져 원금 비보장형 ELS의 작년 8~11월 상환 금액이 급감했다가 12월 이후 다시활발해졌다"며 "원금 비보장형의 ELS 상환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3월에 ELS 신규 발행 규모가 또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기존에 발행된 ELS의 활발한 상환에 따른 것"이라며 "많은 ELS가 발행돼 아직 상환되지 않은 잔고가 늘어나지만, 여전히 상환 대기 물량이 많아 당분간 신규 ELS의 발행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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