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삼성토탈이 국내에서 다섯 번째 휘발유 공급사로 참여하게 되면서 4개 정유사의 50년 과점 체제가 바뀐다.

증권업계는 주유소 사업을 하지 않은 삼성토탈의 진입이 정유업계의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나 삼성토탈로서는 일단 외형을 크게 키울 기회를 잡았다.

다만, 휘발유 공급사업으로 삼성토탈의 이익률이 떨어지고 단기적으로 재무구조도 약화할 가능성도 크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토탈은 지난해 IFRS 별도 기준 6조8천314억원의 매출액에 5천6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7.4%에 달했다.

재무구조도 양호해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91.6%, 순차입금의존도는 18.9%에 불과하다. 현금성 자산은 1천913억원 정도다.

삼성토탈이 알뜰주유소용으로 석유공사에 휘발유를 공급하게 되면 매출액과 이익의 절대규모는 커질 전망이다.

NCC(나프타분해) 및 BTX(방향족) 설비를 보유하고 계열제품까지 생산하는 일관 생산체제를 구축한 삼성토탈은 기초유분(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BTX), 중간원료(SM·PX·EG), 합성수지(PE·PP) 등으로 이미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자랑한다.

또 많은 제품을 삼성석유화학과 제일모직, 토탈그룹 계열사 등 관계사에 판매해 사업 안정성도 우수하다.

삼성토탈 매출액은 2009년 4조7천312억원에서 2010년 5조6천260억원(이상 GAAP 별도 기준), 지난해 6조8천314억원으로 해마다 증가추세다. 여기에 휘발유 공급업을 추가하게 돼 적잖은 매출액 증가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휘발유 공급 비중이 커질수록 이익률 하락과 투자에 따른 재무 약화를 감수해야 할 처지다.

우선 다른 정유사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의 매출액대비 영업이익률이 2.4%에서 5.1%에 불과하다. 삼성토탈의 7.4%보다 한참 떨어진다. 비용을 초래하는 주유소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석유공사에 고마진을 붙여 팔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가뜩이나 투자비 증가로 재무 조가 약화되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투자부담도 안아야 한다. 삼성토탈의 순차입금은 2009년 말 956억원에서 2010년 말 3천166억원, 지난해 말 7천179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초에도 약 2천500억원 규모의 유틸리티 설비를 재매입하고 오는 2014년까지 1조6천500억원 규모의 제2방향족 공장 증설을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다른 정유사에 비해 재무지표는 아직 양호하지만, 현금창출력을 고려하면 당분가 차입금 증가는 불가피한 셈이다.

<2011년 삼성토탈과 정유사 실적 및 재무 현황(IFRS 별도)>

(억원, %)




크레디트 시장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삼성토탈이 본격적으로 휘발유 공급을 하게 된 것은 분명히 외형 성장의 큰 계기로 성장성 면에서 등급 상향 요인이지만, 차입금 증가에 따른 재무구조 약화를 고려하면 당장 등급이 변동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휘발유 공급사업이 당장 다른 정유사를 위협할 정도가 아닐 것으로 보여 다른 정유사 등급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투자비용이 크지 않겠지만 회사채나 자금 미스매치를 메우기 위한 기업어음(CP) 발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이번 정부의 결정이 삼성토탈 펀더멘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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