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세계가 다시 환율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있다. 세계 3대 통화인 달러와 유로, 엔 등이 하루가 멀다 하고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춤춘다. 특히 유럽과 미국은 환율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하고 있다.

유럽의 금융정책 당국자는 지난달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일시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시장에 흘렸다. 7~8월에 통상적으로 채권 유동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보다 앞선 5~6월에 자산매입 규모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채권을 매입해 금리를 낮추고 환율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담겼다.

미국도 환율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한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달 22일 달러 강세가 미국의 수출을 저해하는 점을 우려하는 발언을 했다. 앞서 백악관도 달러 강세에 우려 표명을 하는 등 정책당국이 환율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현재 환율시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일본은 미국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마무리되면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최근 TPP 협상에서 환율조작국 이슈가 불거지는 바람에 미국의 우방인 일본이라도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유럽과 미국의 환율전쟁 분위기를 감안할 때 TPP 협상 이후에는 일본도 자신들이 원하는 엔화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만전의 노력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을 놓고 벌이는 미국과 유럽, 일본의 움직임을 보면 모두 필사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밀리면 지는 제로섬 게임에서 양보는 곧 국가적 손실을 뜻한다. 달러 약세로 미국이 재미를 보면 유럽이 손해를 보는 구조가 정착해가고 있다. 반대로 유로화가 하락하면 유럽 경제가 흥하지만 미국은 피해를 보게 된다. 몇년 째 계속되는 환율전쟁의 이면엔 손익이 명확히 갈리는 세계경제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미루는 건 달러 강세의 수위를 조절하면서 경기회복을 기다리기 위한 것이다. 이런 미국의 입장에 대한 반작용으로 유로화가 상승세를 보이자 유럽 정부도 방어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선진국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환율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 우리만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요즘들어 힘을 더 받고 있는 엔화 약세가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깊게 하고 있다. 일본과 경합하는 우리 수출은 피해를 보고 있고, 유커 등 외국 관광객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을 더 찾고 있다. 우리 경제가 벌어들일 수 있는 외화의 파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원화가치를 억제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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