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 불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 열풍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찾다보니 ELS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복잡한 파생상품의 특성상 충분한 상품 이해 없이 수익만 좇는 등 투자자 보호는 뒷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품 구조 모른채 수익만 좇는 투자자 =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ELS 상품 발행 규모는 13조원을 넘어섰다. 역대 분기 기준 최대 수준이다.

지난 2월 4조6천억원, 3월에는 5조5천억원 발행되며 수직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수익이 나는 상품으로 돈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이번 ELS 열풍처럼 지나치게 갑자기 많은 자금이 몰림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LS와 같은 파생상품은 상품 구조가 복잡한 만큼 판매인에 대한 투자 의존도가 그 어느 금융투자 상품보다 높아 자칫 판매사들의 과다 경쟁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파생상품실장은 "ELS 상품의 속성이 여타 금융투자 상품에 비해 평이한 건 아니다"라며 "상품 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그만큼 더 세심한 관심과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파생상품학회장을 맡고 있는 홍정훈 국민대 교수도 "ELS 상품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 자체는 반길 일"이라면서도 "구조를 이해 못 하는 투자자들이 수익률만 보고 증권사들의 판매 전략에 넘어가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 급변 시 대규모 피해 가능성 배제 못해 = 남 실장은 급작스런 금융시장 변동 발생 시 키코(KIKO)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 ELS 투자자들이 시장 급변에 따른 대처 부족으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키코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돼 있는 중소기업들이 환헤지 수단으로 이용했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치솟으면서 계약을 맺은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입었다.

당시 사건은 파생결합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각심이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그는 "키코 상품 대상이 대부분 중소기업이고 ELS는 대부분 개인 투자자라는 점은 다르다"면서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이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 발생 시 키코 사태 이상의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과도한 쏠림 현상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LS 열풍..상품 혁신 이끌었다 = ELS 인기몰이가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국내 판매사들이 외국계 증권사가 이미 설계한 ELS 상품을 가져다 파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저마다 특성있는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현재 전체 ELS 발행의 60% 이상을 외국계 증권사가 설계한 상품을 가져다 파는 백투백(Back to Back)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ELS 투자 바람이 불면서 증권사들이 자체 개발한 상품을 선보이려는 의지도 확대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체 상품이든 백투백 상품이든 영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유리한 조건의 상품을 판매하는 게 맞다"면서도 "과거에 비해 백투백을 배제한 다양한 방식의 상품 개발이 활성화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운영기법과 상품 설계 능력도 한층 개선됐다"고 자평했다.

ELS가 증권사들의 확고한 수익모델로 자리매김한 점도 고무적이다.

남 실장은 "기존 브로커리지 이외의 수익 창출원이 생겨났다"면서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하는 차원에서 혁신 상품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고 평가했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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