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삼성전자가 기존에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한정됐던 특허전을 애플의 전 제품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진행될 특허 협상을 앞두고 삼성이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한편, 특허전을 통한 '홍보 효과'도 좀 더 즐기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 소송대상 확대..'협상 주도권' 강화 =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애플을 상대로 총 8건의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에 포함된 특허에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물론이고 아이팟과 아이TV, 아이튠즈 등 애플 전 제품에 적용되는 멀티미디어 동기화 관련 특허도 있다. 그동안 모바일 기기 위주로 진행되던 소송전에서 삼성이 애플 전 제품과 서비스로 소송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이처럼 삼성이 애플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인 것은 향후 진행될 특허협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애초에 삼성과 애플은 모두 특허 라이센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소송전에 나섰다.

그러나 현재까지 1년 동안 전 세계 10여 국에서 30여 건이 진행 중인 소송전에서 삼성은 '8대 10(항소심 등 모든 판결 기준)'으로 다소 열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은 그동안 애플을 상대로 시도한 공격에서 한 번도 '판매금지' 등의 원하던 목표를 이뤄내지 못했다.

반면, 애플은 독일과 네덜란드, 호주에서 특허 주장을 일부 인정받아 삼성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냈다.

결국 현재까지 상황으로는 특허 협상에서 애플이 삼성보다 다소 유리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권고에 따라 양사 CEO는 직접 특허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따라서 지금까지 다소 열세를 보인 삼성으로는 소송범위를 확대해서라도 협상력을 키울 필요가 생긴 것이다.

특허법을 담당하는 로펌 관계자는 "삼성이 조만간 시작될 특허 협상을 앞두고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전방위적으로 애플을 압박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소송전 홍보 효과 'Good', 삼성 "손해 볼 것 없다" = 소송전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삼성과 애플에 다소 부담이 되고 있지만, 양사 입장에서는 결코 손해 본 장사는 아니다.

왜냐면 직간접적인 '홍보 효과'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즉, 시끄러운 소송전을 통해 양쪽 모두 모바일 시장에서 주도권을 다투는 선두 업체라는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강하게 심어줄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삼성은 소송의 후광을 더욱 톡톡히 봤다.

삼성은 지난해 1분기만 해도 한자릿수 점유율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지만, 애플과의 소송전을 통해 '선두업체가 견제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할 수 있었다.

그 영향으로 삼성은 1년 만에 점유율이 두 배 이상 급등하며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삼성의 한 관계자도 "소송전이 진행되면서, 삼성은 애플과 맞설 수 있는 브랜드 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며 "따라서 정확한 수치로 말할 수 없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홍보 효과가 상당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초 애플은 소송을 걸며 삼성에 '카피켓(모방자)'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타격을 입히려 했지만, 삼성의 이미지는 오히려 좋아졌다"며 "따라서 삼성으로서는 신제품인 '갤럭시S3'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굳이 홍보 효과가 좋은 소송전을 서둘러 끝낼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자사의 권리를 정당한 방법으로 인정받겠다는 취지일 뿐 추가 소송을 하는 데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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