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암묵적으로 인정되는 공식이 하나 있다. 월스트리트에서 낙점한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이다. 역대 대선에서 월스트리트가 선거자금을 몰아주는 쪽은 승리했다.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는 2000년, 2004년 대선에서 월스트리트의 전폭적인 후원을 얻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월스트리트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자다. 그러나 2008년 대선은 예외였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는 2008년 월스트리트의 지지를 등에 업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월스트리트는 890만달러를 오바마에게 몰아줬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는 628만달러를 모금하는데 그쳤다.(2008년 7월 자료).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 등 주요 투자은행 (IB)은 매케인보다 오바마에게 훨씬 많은 정치자금을 기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재선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의 분위기가 2008년과 같지 않다. 월스트리트에서 오바마에게 준 정치자금은 2008년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3월 현재 증권사와 투자은행들이 오바마에 기부한 금액은 2008년보다 68% 감소했다. 기타 중소형 금융회사의 기부금도 53% 줄었다. 오바마 캠프의 정치자금 모금 액수는 1억9천600만달러로 4년전 같은 기간의 2억3천500만달러보다 4천만달러 가량 적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미트 롬니보다 총 모금 액수는 많지만, 안심할 수 없다. 미트 롬니가 경선을 끝내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펼치면 모금 액수가 크게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에 등을 돌린 월스트리트의 자금은 롬니를 향할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개혁 조치인 '볼커룰' 시행을 2년 미루기로 한 건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월스트리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잠시 채찍을 놓은 것이다. 볼커룰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월스트리트에 구애를 보내는 공화당도 의식한 결정이다.

오바마는 2009년 집권 후 자신을 지지했던 월스트리트를 가혹하게 몰아붙였다. 자신의 개혁에 반발한 금융인들을 오바마는 '살찐 고양이'라며 깎아내렸다. 볼커룰을 만들어 월스트리트의 손발을 묶었다.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분리하고, 투기적인 자기자본거래를 제한했다. 오바마가 재선하려면 월스트리트에 화해의 손짓을 보낼 필요가 있다.

월스트리트의 뒤에는 유대인이 있다. 미국의 금융과 언론을 장악한 유대인들이 오바마를 보는 시선은 예전만큼 따뜻하지 않다. 유대인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홀대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이란 등 중동 해법을 두고서도 유대인의 뿌리인 이스라엘과 오바마는 이견이 있다.

2008년 대선 여론조사에서 유대계의 오바마 지지율은 78%였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대계의 오바마 지지율은 62%로 떨어졌다. 볼커룰을 연기한 건 월스트리트와 유대계의 표심을 잡으려는 오바마의 승부수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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